늘 대중과 호흡했던 정치인의 초상…다큐 '길위에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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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의 현대사 조명…청주교도소 수감 때 영상 등 미공개 자료 포함
"여러분, 이번에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하면 이 나라는 박정희 씨의 영구 집권의 총통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
1971년 4월 18일 서울 장충단공원. 100만명의 인파가 몰려 야당 대선 후보 김대중의 연설에 귀 기울인다.
흑백 영상은 집회에 참여한 청중의 진지한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김대중 전 대통령(1924∼2009)의 정치 인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김 전 대통령의 출생 100주년(내년 1월 6일)을 맞아 제작됐다.
민환기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김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1987년 6월 민주 항쟁으로 사면 복권된 그가 대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할 때까지를 다뤘다.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주변 사람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그와 함께 활동했던 정치인뿐 아니라 첫 부인 차용애 여사의 동생과 같은 사람도 등장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미국의 한국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도 나와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한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사무실이 아니라 언제나 길 위에서 대중과 호흡했던 정치인 김대중의 모습을 조명한다.
12·12 군사반란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1980년 4월 16일 그의 한신대 강연 영상이 대표적이다.
신군부가 대두한 시대적 상황의 정곡을 찌르는 그의 열변에 청중은 마음속 응어리를 풀기라도 듯 "옳소"를 연발하며 환호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1987년 김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대중 정치의 열기로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16년 만에 광주를 찾은 그를 맞이하러 온 인파는 광주역의 지붕까지 덮는다.
김 전 대통령이 탄 차를 인파가 에워싸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정치인을 대중의 바다에 뜬 작은 조각배에 비유하는 걸 실감하게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대중 정치인이면서 누구보다도 확고한 민주주의자이자 의회주의자였다.
이 영화는 소신 있는 의회주의자 김대중의 면모에도 주목한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때 야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익을 보장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각론을 조목조목 따지는 데 집중했다.
영화는 이런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논쟁과 대화, 타협을 통한 의회 전술에 자신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대화와 설득의 자신감이 그의 확고한 의회주의의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국제정치의 감각도 뛰어났다.
1980년대 초 미국 망명 당시 777일의 망명 기간 미국 전역을 돌며 150차례에 걸쳐 강연하며 한국 민주화에 대한 지지 여론을 끌어냈다.
그는 미국 여론을 움직이려면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는 1980년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청주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면회하러 온 부인 이희호 여사가 전두환 정권의 미국 망명 제의를 꺼내는 모습이 찍힌 영상도 담겼다.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 망명을 권유하는 이 여사의 말에 고심하는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상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재임 시절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후에 이 영상을 공개할 것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역사의 질곡을 짊어진 지성인으로 살았던 김 전 대통령을 조명한 이 영화는 다양한 자료로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극장가에서 흥행 중인 영화 '서울의 봄'과 맞물리는 내용도 많다.
'서울의 봄' 관객이 이 영화도 본다면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레이션은 배우 장현성이 맡았다.
'길위에 김대중'의 제작을 주도한 민 감독과 명필름의 이은 대표, 시네마6411의 최낙용 대표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1987년 이후 김 전 대통령의 행보와 1997년 정권 교체, 재임 기간 국정운영 등도 삼부작으로 다루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한다.
민 감독은 18일 시사회에서 이 영화에 대해 "무엇보다도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보이길 바랐다"며 "정치인 김대중이 어떤 생각과 선택을 했는지 관객이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11월 한 달 동안 멀티플렉스 상영관 확보 등을 위한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다.
당초 5천만원 모금을 목표로 했지만, 추가 후원까지 합쳐 5억원이 모였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위원회'도 꾸려져 전국 곳곳과 외국 교민 사회 상영도 추진된다.
내년 1월 10일 개봉. 125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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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4월 18일 서울 장충단공원. 100만명의 인파가 몰려 야당 대선 후보 김대중의 연설에 귀 기울인다.
흑백 영상은 집회에 참여한 청중의 진지한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김대중 전 대통령(1924∼2009)의 정치 인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김 전 대통령의 출생 100주년(내년 1월 6일)을 맞아 제작됐다.
민환기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김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1987년 6월 민주 항쟁으로 사면 복권된 그가 대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할 때까지를 다뤘다.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주변 사람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그와 함께 활동했던 정치인뿐 아니라 첫 부인 차용애 여사의 동생과 같은 사람도 등장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미국의 한국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도 나와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한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사무실이 아니라 언제나 길 위에서 대중과 호흡했던 정치인 김대중의 모습을 조명한다.
12·12 군사반란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1980년 4월 16일 그의 한신대 강연 영상이 대표적이다.
신군부가 대두한 시대적 상황의 정곡을 찌르는 그의 열변에 청중은 마음속 응어리를 풀기라도 듯 "옳소"를 연발하며 환호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1987년 김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대중 정치의 열기로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16년 만에 광주를 찾은 그를 맞이하러 온 인파는 광주역의 지붕까지 덮는다.
김 전 대통령이 탄 차를 인파가 에워싸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정치인을 대중의 바다에 뜬 작은 조각배에 비유하는 걸 실감하게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대중 정치인이면서 누구보다도 확고한 민주주의자이자 의회주의자였다.
이 영화는 소신 있는 의회주의자 김대중의 면모에도 주목한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때 야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익을 보장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각론을 조목조목 따지는 데 집중했다.
영화는 이런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논쟁과 대화, 타협을 통한 의회 전술에 자신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대화와 설득의 자신감이 그의 확고한 의회주의의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국제정치의 감각도 뛰어났다.
1980년대 초 미국 망명 당시 777일의 망명 기간 미국 전역을 돌며 150차례에 걸쳐 강연하며 한국 민주화에 대한 지지 여론을 끌어냈다.
그는 미국 여론을 움직이려면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는 1980년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청주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면회하러 온 부인 이희호 여사가 전두환 정권의 미국 망명 제의를 꺼내는 모습이 찍힌 영상도 담겼다.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 망명을 권유하는 이 여사의 말에 고심하는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상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재임 시절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후에 이 영상을 공개할 것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역사의 질곡을 짊어진 지성인으로 살았던 김 전 대통령을 조명한 이 영화는 다양한 자료로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극장가에서 흥행 중인 영화 '서울의 봄'과 맞물리는 내용도 많다.
'서울의 봄' 관객이 이 영화도 본다면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레이션은 배우 장현성이 맡았다.
'길위에 김대중'의 제작을 주도한 민 감독과 명필름의 이은 대표, 시네마6411의 최낙용 대표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1987년 이후 김 전 대통령의 행보와 1997년 정권 교체, 재임 기간 국정운영 등도 삼부작으로 다루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한다.
민 감독은 18일 시사회에서 이 영화에 대해 "무엇보다도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보이길 바랐다"며 "정치인 김대중이 어떤 생각과 선택을 했는지 관객이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11월 한 달 동안 멀티플렉스 상영관 확보 등을 위한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다.
당초 5천만원 모금을 목표로 했지만, 추가 후원까지 합쳐 5억원이 모였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위원회'도 꾸려져 전국 곳곳과 외국 교민 사회 상영도 추진된다.
내년 1월 10일 개봉. 125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