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지역 확대, 야간·휴일도 허용
대상 확대로 오진 우려도 커져…수액 맞았던 의원서 감기약 처방
비대면 플랫폼 "이용자 2배 늘어" 화색…'야간엔 진료 가능' 적극 안내도
의료계 '보이콧' 움직임, 산부인과의사회 "불참"…환자단체도 비판
대상 넓히니 비대면진료 늘었다…오진·약 오남용 우려도 커져
"저희 병원에 오셨던 기록이 없네요.

야간 시간대에만 진료가 가능합니다.

"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대상을 크게 넓힌 뒤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들은 증가한 비대면진료 건수에 논란이 된 '허용 기준'을 확인해 준수하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대상자 오판 논란'은 줄었지만, 제도가 바뀌며 부정확한 진료로 인한 오진과 다이어트·여드름 약 등의 의약품 오·남용 우려는 오히려 커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재진을 원칙으로 실시하는 비대면진료에서 초진인데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범위를 대폭 확대한 '보완방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야간 혹은 휴일이거나 응급의료 취약지(기존 섬·벽지 지역)면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재진'을 판단하는 기준도 완화돼 동일 질환이 아니더라도 최근 6개월 내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으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기자가 15일과 16일 비대면진료 상황을 살펴본 결과, 의료기관들은 환자의 의미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며 대상이 맞는지 체크하고 있었지만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만성 비염과 감기로 인해 지난주 한 의원에서 진료와 처방을 받은 이력이 있는 기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평일인 15일 낮시간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지 상담해봤다.

'증상'을 체크하자 의료기관 목록이 떴다.

이 중 무작위로 3곳을 골라 진료를 시도해봤다.

3개 기관 모두 발신 전화번호를 근거로 검색해 재진 여부를 1차 확인하고, 이름과 생년월일로 다시 대상을 확인했다.

기자는 평일 낮시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고 대신 야간 시간대에는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받았다.

플랫폼 업체들 또한 이용자들이 스스로 비대면진료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이용한 앱은 비대면진료 버튼을 누르면 먼저 재진 환자를 비롯해 응급의료취약지 거주자 등 평일 낮 시간대 진료 대상자인지 확인하는 화면이 떴다.

여기서 '해당없음'을 클릭하면 다음 메뉴에서 평일 낮 시간대 예약을 할 수 없다.

다른 플랫폼도 마찬가지였다.

이용자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회원가입 시 장애인 등록 여부 등을 설정하도록 해놨다.
대상 넓히니 비대면진료 늘었다…오진·약 오남용 우려도 커져
기자는 대신 비염과 코감기로 방문했던 의원이 아니라 비타민 수액을 맞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는 곳에 전화로 증상을 설명하고 감기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이전 수액 주사를 목적으로 방문했을 때에는 비염·감기 증상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었다.

의사가 코나 목 상태를 직접 확인한 적도 없다는 점에서 증상의 심각도를 설명하기 힘드니 상담에 한계가 있었다.

복지부는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에게는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지침에 명시해 놓았다.

의사가 비대면진료를 중단해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지만, 오진 위험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보완방안에서 비대면진료의 대상은 늘었지만 약 배송은 전과 마찬가지로 감염병 확진자 등 일부 대상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마침 감기 증상이 있는 기자의 가족이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비대면진료를 받았는데, 늦은 시간 약 처방을 받기 쉽지 않았다.

진료 예약 시간은 오후 10시였는데, 진료가 끝나고 앱에서 약국 검색을 누르자 근방 약국의 위치가 영업 여부와 함께 표시됐다.

오후 10시 30분까지 영업한다는 한 약국을 클릭해 전화하자 "이미 영업을 종료했으며 영업시간 표기가 잘못된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영업 중' 약국 5곳도 마찬가지로 통화가 되지 않았으며, 한 곳은 약 재고가 없다고 답변했다.

앱을 닫고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에서 검색하자 반경 3㎞ 내의 영업 중인 약국이 한 곳이 보였고, 이곳에서 약을 수령할 수 있었다.

복지부와 플랫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번 약국'은 지역 약사회에서 정하는데, 이런 정보 등은 실시간으로 플랫폼에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을 연 약국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니었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약국 정보는 부정확했고 재고 여부를 환자가 일일이 전화로 확인해야 하며, 약이 없을 수 있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번 보완 시범사업에서는 처방 불가 품목에 사후피임약이 추가됐다.

하지만 일부 의원의 상세정보에는 아직도 사후피임약 처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적혀있는 등 미처 수정하지 못한 곳이 눈에 띄었다.

오·남용 우려가 제기됐지만 처방 불가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여드름, 다이어트 약 등은 여전히 대부분의 의원에서 힘을 줘서 광고하고 있었다.
대상 넓히니 비대면진료 늘었다…오진·약 오남용 우려도 커져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보완방안이 시행되며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용자 수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닥터나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범사업 시행 전 거의 전멸이었던 비대면진료가 보완방안 시행 첫날인 15일에는 예약이 많이 마감되는 등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나만의닥터' 관계자도 "15일 야간 진료 시간대가 시작되는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이용자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었다"며 "직장인 등 휴일·야간 시간대 외 이용이 힘드셨던 분들이 많이들 이용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와 달리 의료계는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전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회원들에게 불참을 독려한 데 이어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같은 방식의 '보이콧'을 검토 중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지난 14일 "비대면진료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지만 정부가 의약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와 약물 오남용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환자단체 역시 대상 확대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대폭 확대하는 보완방안에 우려를 표한다.

'재진 중심-초진 예외적 허용'이라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