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조각에…아비규환
전쟁이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구호 트럭에 실린 음식을 탈취하는 등 시민 질서가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을 위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구호품 전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현지 식료품 가격도 폭등해 먹거리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구호 트럭을 멈춰 세우고 그 안에 있던 음식을 가져가 먹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이 전했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이들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배가 고팠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집트와 국경이 가까운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역에서 제한적인 구호품 배급이 이뤄지고 있다. 구호품은 이집트에서 국경을 넘어 반입되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요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라파 지역에는 피란민이 몰려 가자지구 전체 주민 230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현재 이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OCHA는 가자지구의 다른 지역에선 이스라엘의 공격 강화와 주요 도로의 이동 제한으로 구호품 배급이 대부분 중단됐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로 지상전을 확대한 이후 가자지구 주민들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피란민 압델-아지즈 모하마드(55)는 "구호품?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면서 "큰집에 살며 음식이 가득 찬 냉장고가 2대 있었는데 전쟁이 일어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은 빵 몇 조각을 구걸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피란을 떠나지 않고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남아 있는 주민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가자지구 북부의 현지 언론인 유세프 파레스는 페이스북에 올린 일기장을 통해 "오늘 아침 빵 한 조각을 찾으러 갔지만 없었다"며 밀가루 같은 주요 식품의 가격이 전쟁 이전보다 50~100배 뛰어 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에게 먹이려고 당나귀를 도살하는 사람도 봤다"고 덧붙였다.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굶주림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대규모 구호품 전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