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2나노 장비 선점 노력…네덜란드와 설계·장비·제조 全주기 협력
삼성전자·ASML, R&D센터 설립에 1조원 공동 투자…SK는 수소 재활용 MOU

윤석열 대통령의 12일(현지시간) ASML 방문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이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가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나노 생산장비 첫 직관한 尹…차세대 칩 경쟁 교두보 확보 시도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비메모리 분야, 특히 소재와 장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에 노광 분야 세계 1위인 ASML은 부족한 퍼즐을 채워줄 필수 협력 대상이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동맹'을 결성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미래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점할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제조에 이어 설계·장비까지 생산 과정의 전(全) 주기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 왕복 4시간 걸려 ASML 찾은 尹…외국 정상에 첫 '클린룸' 공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남동부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왕복 4시간 거리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현지 기업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이번 순방의 목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순방은 한마디로 반도체 순방이라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ASML을 찾아 EUV 장비 생산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2나노 생산장비 첫 직관한 尹…차세대 칩 경쟁 교두보 확보 시도
윤 대통령은 특히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ASML '클린룸'에 들어가 2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차세대 EUV 장비 제조 과정을 직관했다.

정밀함을 위해 티끌 하나 없이 유지하는 클린룸은 철저한 외부 출입의 통제를 받는 곳이다.

◇ 최첨단 반도체 장비 선점…반도체 전주기 협력 동맹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세계 최정상급 국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ASML의 장비는 주요 강대국들의 전략산업 및 방위사업의 성패와도 관련된 '전략물자'이자 대체 불가능한 희소품이기도 하다.

현재 삼성전자·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3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선도하고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다음 단계인 2나노미터 반도체는 누가 먼저 첫발을 내딛느냐에 사업 성패가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나노 생산장비 첫 직관한 尹…차세대 칩 경쟁 교두보 확보 시도
이처럼 2나노미터 공정에 먼저 다가가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ASML이 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2나노미터 반도체 생산 장비를 최초로 대외 공개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TSMC와 2나노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EUV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을 완성하려면 미국, 일본과 함께 네덜란드와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동맹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원활한 장비 조달을 위한 활로를 뚫는 한편, 반도체 제조·생산뿐 아니라 설계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글로벌 협력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수석은 "한국과 네덜란드는 이제 반도체 협력 단계를 넘어서 동맹 단계까지 나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설계부터 장비, 제조까지 일관된 전 과정을 협력해 동맹 관계에서 같이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한-네덜란드 '장기 협력' 기반도 마련
양국 정부와 기업은 윤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분야 양해각서(MOU)를 3건 체결했다.

이들 MOU는 모두 장기적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양국 정부 간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국에서 100명이 참석해 내년 2월 네덜란드에서 첫 번째 교육이 개시될 예정이다.

2나노 생산장비 첫 직관한 尹…차세대 칩 경쟁 교두보 확보 시도
이어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ASML과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국내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ASML이 국외에 설립하는 첫 R&D 센터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으며, 정부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통해 양국의 미래 반도체 인재를 함께 양성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