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윤·임선혜·이경재, '성악예찬' 프로젝트서 8명 교육
"자신에게 맞는 레퍼토리 점검 필요…콩쿠르 집착하지 말아야"
예비성악가 위해 뭉친 선배들 "발성 넘어 스토리텔링 가능해야"
"학생들이 시킨 건 참 잘해요.

하지만 가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무대 위에서 진짜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좀 더 능동적으로 찾아야 해요.

"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소프라노 임선혜, 오페라 연출가 이경재가 예비 성악가들을 위해 멘토로 뭉쳤다.

이들은 지난 4개월간 '성악예찬'을 통해 선발한 예비 성악가들을 2∼3번씩 만나 직접 지도했다.

예비 성악가로는 소프라노 장지혜·박희경·신채림·이수아, 테너 도윤상·박상진, 바리톤 남궁형, 베이스 노민형 총 8명이 오디션을 거쳐 뽑혔다.

'성악예찬'은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단체인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이 올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이 단체는 매년 악기별로 젊은 음악가를 선발해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뽑힌 예비 성악가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갈라 콘서트 무대에 선다.

12일 서울 서초구 헬덴뮤직 연습실에서 만난 사무엘 윤, 이경재 연출, 임선혜는 학생 신분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예비 성악가들에게는 수동적인 측면이 있다며, 성악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능동적인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재 연출은 "입시를 거치다 보니 성악 분야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수동적"이라며 "시키는 것 외에 '나는 무대 위에서 이런 걸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나 목적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비성악가 위해 뭉친 선배들 "발성 넘어 스토리텔링 가능해야"
사무엘 윤과 임선혜는 발성의 기교적인 측면이나 연출가의 지시를 넘어 성악가 스스로 가사를 어떻게 전달할지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상상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무엘 윤은 "연출가가 제일 싫어하는 질문이 '이건 어떻게 해야 하죠', '(동선상) 어디로 가야 하나요'다"라며 "캐릭터 콘셉트가 정해지면, 연출자가 의도했던 것 너머까지 생각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를 부를 때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이는 '스토리텔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캐스팅은 성량이 얼마나 크고, 고음이 얼마나 잘 올라가느냐로 되는 게 아니라 얼마큼 스토리텔링을 잘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임선혜는 "요즘은 셀카나 영상을 많이 찍어서 자기표현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수동적이어서 의아했다"며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건 독서처럼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해야 길러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 모두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예비 성악가들에게 실질적인 조언들도 아낌없이 해줬다고 했다.

거울 앞에서 세밀하게 발음을 교정해주고, 레퍼토리가 각자의 음색에 맞는지에 대한 진단도 내렸다.

또 이비인후과 의사를 초빙해 성악가들의 악기인 '목' 건강에 대한 특강을 열었다.

사무엘 윤은 "화려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인데 어두운 노래를 부르면 레퍼토리를 바꾸는 게 낫다고 말해준 경우도 있다"며 "또 표현하는데 몸 안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어 그걸 내뱉게 만드는 과정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임선혜는 "성악가들이 음성학이나 해부학에 관심을 갖는 건 목을 다친 이후"라며 "성악가는 보이지 않는 악기를 연주하는 건데, 그 악기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비성악가 위해 뭉친 선배들 "발성 넘어 스토리텔링 가능해야"
무엇보다 세 사람은 예비 성악가들에게 이번 프로젝트와 같은 중간 점검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무엘 윤은 "참가자 대부분이 지금 어떤 사람(멘토)을 만나고,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성악가로서 앞으로 10년이 바뀔 수 있는 반환점에 서 있다"며 "하지만 보통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이야기만 주로 듣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만 해도 다른 학교 교수의 마스터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교류도 많고, 극장장이 1년에 한두 번씩 현 상태를 진단해주는 오디션을 해주지만, 한국은 이런 게 전무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학생들이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버릇처럼 콩쿠르에 나가는 사례들도 많다며, 콩쿠르 입상에 대한 집착도 내려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무엘 윤은 "성악은 기악과 달라서 몸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성공의 시간'에 나를 맡겨버리면 급류에 휩쓸려가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