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출판계] '갓생' 유행 속 자기계발에 쏠린 독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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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작가보단 유튜버·블로거 등 재야 고수들 주목
알라딘 전자책 유출 사고로 빈축…해외로 뻗어나간 한국출판 올해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쉽지 않았다.
증시와 부동산이 부진했고, 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업황이 좋지 않았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은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줬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국가도, 회사도 아닌 자기 자신뿐이었다.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 이른바 '갓생'(God·生)을 꿈꾸며 자기 자신을 계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한해 자기계발서가 유난히 인기를 끈 배경이다.
◇ 자기계발서 판매 약진
교보문고·예스24 등 국내 대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건 세이노(Say No)가 쓴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맨주먹으로 1천억대 재산을 일군 세이노(필명)가 제시하는 성공 방정식, 일에 대한 태도, 부자가 되는 법, 학벌에 관한 이야기 등을 직설적 화법으로 그린 책이다.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를 보면 2위와 3위도 자기계발서다.
게리 켈러의 '원씽'과 자청의 '역행자'가 그 뒤를 이었다.
'김미경의 마흔수업'도 7위에 올랐다.
예스24도 비슷한 양상이다.
'김미경의 마흔수업'이 2위를, '원씽'이 10위에 올랐다.
양대 서점 연간 베스트셀러 1~2위를 자기계발서가 차지한 것이다.
교보문고를 기준으로 종합 100위 안에도 자기계발서는 지난해 12종에서 올해 15종으로 증가했다.
자기계발 분야 관련 책 판매는 작년보다 20.8% 늘었다.
자기계발서 인기 속에 교수, 언론인, 작가 등 전통적 지식인들이 쓴 책보다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둔 유튜버, 블로거 등이 쓴 책들이 주목받았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쓴 세이노는 언론 지면과 블로그 등에 글을 쓰며 명성을 얻었던 블로거 출신 작가고, '역행자'의 자청, '1%를 읽는 힘'의 저자 메르 역시 경제적 자유와 자기 계발을 주제로 활동하던 유튜버다.
◇ 알라딘 전자책 사고…출판사들 분노
출판인들이 자기계발서에 주목하며 대중의 풍향을 탐지하고 있던 사이에 전자책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3대 대형 서점 가운데 하나인 알라딘에서였다.
알라딘은 지난 5월 한 고교생에게 시스템을 해킹당해 전자책 72만권이 유출됐다.
이 가운데 5천권이 텔레그램에 유포됐다.
대형서점이 해킹당해 전자책이 유출된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단체는 알라딘의 허술한 보안 정책을 비판하면서 피해 출판사에 대한 보상과 보안 시스템 강화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범인이 범행 4개월 만인 9월 중순에 잡혀 사건 자체는 일단락됐지만 알라딘과 출판사 간 불협화음이 연말까지 이어졌다.
알라딘은 피해 출판사가 자사의 전자책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오디오북 사업에 참여할 경우 보상 혜택을 주겠다는 답변을 내놨으나 출판인 단체는 "생색내기 답변"이라며 직접적인 보상을 주문했다.
정당한 보상이 없을 경우에는 신간 전자책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양측은 이달 7일 진통 끝에 합의했다.
알라딘은 피해 출판사에 내년 1분기 중에 보상금(금액 비공개)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디지털출판콘텐츠 관련 정책 개발 및 연구 등에서도 출판사들과 협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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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로 웅비하는 한국출판
한강의 '메디치상' 수상, 정보라의 전미도서상 본선 진출 등 국내 작가들의 낭보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출판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문학번역원 등 출판 단체와 국내 작가, 출판사는 지난달 중동 최대 책잔치 42회 샤르자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해 한국 책을 중동 지역에 전시했다.
K 콘텐츠 열기가 뜨거운 중동에서 한국 책을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승희·정호승·김애란·김언수·배명훈·황선미 등 국내 작가들이 해외 독자들을 만났고, 한국 웹툰 산업관계자, 출판인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이 현지인들을 만나 K-북 세일즈에 나섰다.
중동뿐 아니다.
세계 최대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타이베이, 인도네시아 등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한국 출판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내 책들을 홍보했다.
K북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36개국 530개 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15개국에서 195개 사가 온 것에 견줘 참가사가 3배 가까이 늘었다.
K북이 웅비하는 데 토대를 놓았던 출판 1세대들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김영사를 창립한 김강유 회장은 지난 10월, 범우사를 설립한 윤형두 회장은 올 12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연합뉴스
알라딘 전자책 유출 사고로 빈축…해외로 뻗어나간 한국출판 올해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쉽지 않았다.
증시와 부동산이 부진했고, 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업황이 좋지 않았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은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줬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국가도, 회사도 아닌 자기 자신뿐이었다.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 이른바 '갓생'(God·生)을 꿈꾸며 자기 자신을 계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한해 자기계발서가 유난히 인기를 끈 배경이다.
◇ 자기계발서 판매 약진
교보문고·예스24 등 국내 대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건 세이노(Say No)가 쓴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맨주먹으로 1천억대 재산을 일군 세이노(필명)가 제시하는 성공 방정식, 일에 대한 태도, 부자가 되는 법, 학벌에 관한 이야기 등을 직설적 화법으로 그린 책이다.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를 보면 2위와 3위도 자기계발서다.
게리 켈러의 '원씽'과 자청의 '역행자'가 그 뒤를 이었다.
'김미경의 마흔수업'도 7위에 올랐다.
예스24도 비슷한 양상이다.
'김미경의 마흔수업'이 2위를, '원씽'이 10위에 올랐다.
양대 서점 연간 베스트셀러 1~2위를 자기계발서가 차지한 것이다.
교보문고를 기준으로 종합 100위 안에도 자기계발서는 지난해 12종에서 올해 15종으로 증가했다.
자기계발 분야 관련 책 판매는 작년보다 20.8% 늘었다.
자기계발서 인기 속에 교수, 언론인, 작가 등 전통적 지식인들이 쓴 책보다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둔 유튜버, 블로거 등이 쓴 책들이 주목받았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쓴 세이노는 언론 지면과 블로그 등에 글을 쓰며 명성을 얻었던 블로거 출신 작가고, '역행자'의 자청, '1%를 읽는 힘'의 저자 메르 역시 경제적 자유와 자기 계발을 주제로 활동하던 유튜버다.
◇ 알라딘 전자책 사고…출판사들 분노
출판인들이 자기계발서에 주목하며 대중의 풍향을 탐지하고 있던 사이에 전자책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3대 대형 서점 가운데 하나인 알라딘에서였다.
알라딘은 지난 5월 한 고교생에게 시스템을 해킹당해 전자책 72만권이 유출됐다.
이 가운데 5천권이 텔레그램에 유포됐다.
대형서점이 해킹당해 전자책이 유출된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단체는 알라딘의 허술한 보안 정책을 비판하면서 피해 출판사에 대한 보상과 보안 시스템 강화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범인이 범행 4개월 만인 9월 중순에 잡혀 사건 자체는 일단락됐지만 알라딘과 출판사 간 불협화음이 연말까지 이어졌다.
알라딘은 피해 출판사가 자사의 전자책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오디오북 사업에 참여할 경우 보상 혜택을 주겠다는 답변을 내놨으나 출판인 단체는 "생색내기 답변"이라며 직접적인 보상을 주문했다.
정당한 보상이 없을 경우에는 신간 전자책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양측은 이달 7일 진통 끝에 합의했다.
알라딘은 피해 출판사에 내년 1분기 중에 보상금(금액 비공개)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디지털출판콘텐츠 관련 정책 개발 및 연구 등에서도 출판사들과 협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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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로 웅비하는 한국출판
한강의 '메디치상' 수상, 정보라의 전미도서상 본선 진출 등 국내 작가들의 낭보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출판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문학번역원 등 출판 단체와 국내 작가, 출판사는 지난달 중동 최대 책잔치 42회 샤르자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해 한국 책을 중동 지역에 전시했다.
K 콘텐츠 열기가 뜨거운 중동에서 한국 책을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승희·정호승·김애란·김언수·배명훈·황선미 등 국내 작가들이 해외 독자들을 만났고, 한국 웹툰 산업관계자, 출판인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이 현지인들을 만나 K-북 세일즈에 나섰다.
중동뿐 아니다.
세계 최대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타이베이, 인도네시아 등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한국 출판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내 책들을 홍보했다.
K북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36개국 530개 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15개국에서 195개 사가 온 것에 견줘 참가사가 3배 가까이 늘었다.
K북이 웅비하는 데 토대를 놓았던 출판 1세대들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김영사를 창립한 김강유 회장은 지난 10월, 범우사를 설립한 윤형두 회장은 올 12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