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증원에 경찰 인력난 숨통…내부선 학폭 개입 커지는 부담도
처벌 위주 대책에 대한 우려도 제기…"교육적 해결도 병행해야"
SPO 늘린다지만…학교폭력 전담조사관과 역할 분담이 관건
정부가 학교폭력 대책으로 발표한 전담조사관 신설 및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 계획을 놓고 인력난에 시달려온 경찰 내부에서는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전담조사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까지는 SPO의 업무 가중과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 신학기부터 교육청 소속으로 신설되는 전담조사관이 교사를 대신해 학교폭력 대응 업무를 맡는다.

학교폭력 사안을 경중이나 발생 장소(학교 안과 밖)를 가리지 않고 모두 조사한다.

전담조사관 채용은 학교폭력 업무나 생활지도, 수사·조사 경력 등이 있는 퇴직 경찰 또는 퇴직 교원 등을 활용한다.

채용 규모는 모두 2천700명이다.

이와 함께 SPO의 규모와 역할이 강화된다.

현재 1천22명에서 10%가량인 105명을 늘려 1천127명 규모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학교폭력 예방 활동과 가해학생 선도, 피해학생 보호 등이었던 공식 업무는 전담조사관과 학교폭력 사건 정보 공유, 학교 자체 해결이 어려운 경우 열리는 학교폭력 사례회의 참석, 징계 등 조치를 내리는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참가 등으로 확대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SPO 증원 규모를 기대 이상의 성과로 보는 분위기다.

이번 증원은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이뤄졌다.

최근 5년 연속으로 SPO 정원이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증원이 더욱 도드라진다.

현재는 경찰관 한명이 약 12개교, 총 5천여명의 학생을 맡는다.

학교폭력이 점차 늘어나는 데 반해 정원은 오히려 줄면서 SPO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경찰관 개개인의 업무 가중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만 최대폭의 증원에도 아직 교육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경찰은 1인당 10개교 수준인 1천237명의 정원을 확보해야 실효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며 215명 증원을 추진해왔다.

이번에 결정된 증원 규모는 절반에 그친다.

SPO 늘린다지만…학교폭력 전담조사관과 역할 분담이 관건
퇴직경찰 투입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퇴직 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반기는 의견도 있지만 까다로운 학교폭력 업무를 얼마나 지원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당장 퇴직을 앞둔 선배들 사이에서는 골치 아프고 민원에 시달려야 하는 학교폭력 업무를 할 바에는 일반 경비업무를 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담조사관이 생기더라도 결과적으로 경찰에게 업무가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조사하는 전담 인력이 별도로 있더라도 현직 경찰이나 교사와 같은 지위는 아니기에 협력관계라는 명목으로 SPO의 개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담조사관과의 세밀한 업무 조정이 이뤄져야 혼란을 줄이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일부 교육계 요구에 따라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SPO에 아예 이관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정부 내에서 이런 방향으로 대책이 논의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일선 경찰관들은 '학교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까지 수사기관에 떠넘긴다'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일각에서는 교사 업무 경감 취지에는 공감하나 좀더 근본적으로 형사적 해결이 아닌 교육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금도 범죄에 해당하는 학교폭력은 경찰이 얼마든지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다"며 "앞으로 경미한 사안까지 외부 조사관에게 맡겨 학교폭력 대책이 '예방'이 아닌 '처벌' 위주로 흘러가고 오히려 교육환경을 저해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