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커피 제품을 고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을 웃돌았다.  /임대철 기자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커피 제품을 고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을 웃돌았다. /임대철 기자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밀착 관리에 나선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 9개 가공식품 중 7개 품목의 물가가 전월 대비 상승폭이 커지거나 하락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가팔라졌다. 정부가 11년 만에 도입한 ‘MB식 물가 실명관리제’가 현장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파른 상승세 보인 가공식품

'우유·커피 사무관' 뒀는데…안 잡히는 가공식품 물가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9.48로 전년 동월 대비 5.1%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이후 넉 달 연속 둔화하다 지난달 반등했다. 전체 평균 물가상승률(3.3%)보다 1.8%포인트 높았다.

가공식품지수를 구성하는 73개 품목 중 상승폭이 두 자릿수인 품목은 20개였다. 소금이 21.3%로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참기름(20.8%) 파스타면·설탕(각각 19.1%) 당면(18.1%) 우유(15.9%) 등의 순이었다.

상승률이 10월보다 높아진 품목은 전체 73개 중 절반을 넘는 38개였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전담 공무원을 신규 지정한 9개 가공식품 중 7개의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직전 달보다 높아지거나 하락폭이 줄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9일 물가 체감도가 높은 빵, 우유, 스낵과자, 커피, 라면, 아이스크림, 설탕, 식용유, 밀가루 등 9개 품목을 관리하는 사무관급 전담자를 지정했다. 그러면서 품목별 전담 공무원이 물가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5.9%로 10월(14.3%)보다 높아졌다. 2009년 8월(20.8%) 이후 14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도 15.2%에서 15.6%로 올라 2009년 4월(26.3%) 이후 14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커피는 11.3%에서 11.6%로, 설탕은 17.4%에서 19.1%로, 식용유는 3.6%에서 4.1%로 상승했다. 라면과 밀가루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직전 달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줄었다. 같은 기간 빵(5.5%→4.9%)과 스낵과자(-0.9%→-1.5%)만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하락폭이 커졌다.

○정부 “관리했으니 이 정도 유지”

정부는 가공식품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는 등 밀착 관리에 나섰기 때문에 물가 상승폭을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농식품부 실·국장들은 지난달 초부터 연일 식품 기업을 찾아 물가 안정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식품업체인 SPC를 방문해 빵 가격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식품 기업들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인상 계획을 잇달아 철회했다. 오뚜기,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식품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접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일각에선 농식품부가 지나치게 기업의 팔을 비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MB식 물가 관리제’가 시행될 때부터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누르는 건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원재료값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뚜렷한데도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가격을 억누르면 나중에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전담 공무원을 신규 지정한 9개 가공식품이 전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9개 품목의 가중치는 23.4로 총지수(1000)의 2% 수준이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