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또 한걸음 나아갔다…안보 역할 계속 찾아나갈 것"
미국·독일 등 방산선진국 제치고 수출 성사…수출용 '맞춤형 장비' 판매 첫 성공
호주 현지서 2028년까지 레드백 129대 생산…"제3국서 문의도"
無에서 3조 수출 일군 한화 '레드백'…"K-방산 성장가능성 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원대 규모의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의 호주 수출 성공과 관련해 한국 대표 방산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레드백 수출은 쟁쟁한 방산 선진국을 제치고 성사된 데다, 이른바 '무'(無)에서 시작돼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무기의 선진 방산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부여된다.

◇ 김동관 부회장 "국가·에너지·해양 안보 역할 계속"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8일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대표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갔다"며 "우방국의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해양 안보를 위한 역할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계약으로 첨단기술 기반의 방산이 대한민국의 중장기적인 미래 성장동력이자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속해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출 전용으로 기획된 레드백이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무기 시장을 주도해온 방산 선진국의 쟁쟁한 경쟁 기업을 제친 데 의미를 부여했다.

호주는 미국의 핵심 지역 동맹이기도 하다.

그간 한국의 대형 방산 수출은 K-9 자주포, K2 전차, T-50 계열 항공기 등 한국군이 이미 전력화해 성능과 운용 신뢰성을 널리 인정받은 무기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와 달리 레드백은 기존에 없던 무기를 민간 업체 주도로 새로 개발해 선진 시장에 공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無에서 3조 수출 일군 한화 '레드백'…"K-방산 성장가능성 확인"
◇ 도면 한장 없이 뛰어든 호주 장갑차사업…獨업체 제치고 '대역전'
한화는 도면 한 장 없는 상태에서 호주의 대규모 차기 보병전투장갑차 획득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당초 유력한 후보인 독일 라인메탈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던 한화는 사업 제안서 제출 마감 직전인 2018년 하반기부터 단독 사업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2019년 3월 제안서 제출 마감 시간을 불과 반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결국 한화의 레드백은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젝스', 영국 BAE시스템스의 'CV90',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가 레드백과 경쟁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레드백과 링스 2개 기종이 최종 경쟁 후보에 올랐다.

레드백 첫 시제 차량은 최종 후보 2개사 결정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야 완성됐다.

당시만 해도 이미 호주의 앞선 바퀴형 장갑차 도입 사업을 수주한 독일 라인메탈사의 우세가 강력히 점쳐졌다.

이에 한화는 과감한 현지 생산 조건을 제시했다.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방산 공급 병목 현상이 심각해진 가운데 한국의 신속한 납기 능력이 부각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법인 HDA의 리처드 조 법인장은 "도면조차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테스트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약속을 빠짐없이 지키면서 구축한 신뢰가 최종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레드백 수출 성사로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관심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했다.

無에서 3조 수출 일군 한화 '레드백'…"K-방산 성장가능성 확인"
◇ 능동방어체계 등 신기술 적용 레드백, 호주 현지공장서 생산
호주군은 1960년대 도입한 미국제 M113 장갑차를 교체하기 위해 레드백 129대를 구매한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돼 2028년까지 호주군에 순차적으로 납품된다.

H-AC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형 K-9 자주포인 헌츠맨 AS9과 탄약 운반차인 AS10을 생산하는 곳으로,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레드백은 승무원 3명과 보병 8명 등 11명을 태울 수 있는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복합 소재 고무궤도, 특수 방호 설계, '아이언 비전'(Iron Vision) 헬멧,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 이용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어체계 등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능동방어체계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먼저 감지하고 무력화하는 기능이다.

대전차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포탑'을 장착했고, 30㎜ 주포와 7.62㎜ 기관포가 탑재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정부와 군의 전폭적 제도 지원과 외교로 레드백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며 "대한민국의 잘 갖춰진 방산 부품 생태계와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 첨단 기술을 결합해 방위산업이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