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비니치아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여덟 살 소년 로만 올렉시우가 1년여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로만은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얼굴과 머리, 손에 압박붕대를 둘렀으며 모발이식 등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 로만이 지난 2일 파트너와 함께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열린 춤경연대회에 참가해 춤을 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은 12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대형사업이지만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선 세계 주요국과 경쟁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평범한 건설보다는 그동안 강점을 보여온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사업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정철 법무법인 지평 동유럽팀장(사법연수원 31기·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평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로펌 에이큐오와 업무협약을 맺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법률자문에 팔을 걷었다. 이 로펌은 2008년부터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와 관련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州) 곡물터미널 인수 과정을 자문한 것이 대표적이다.정 팀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은 국제기구나 정부 간 협약을 통해 진행되는데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에 나서는 쪽이 자금 조달 계획도 제시해야 한다”며 “유럽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 작업을 위해 쌓아놓은 기금이 많이 남아있고 일본도 활용 가능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많지만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자금력에서 밀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간 협약으로 확보한 사업 외에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재건 사업을 맡으려면 전통적인 건설 인프라 외에 IT 인프라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점한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국내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봤다. 정 팀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 사업의 윤곽과 예산이 잡히는 데만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2~3년 후부터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지평은 에이큐오와의 업무협약을 계기로 동유럽 법률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 로펌은 지난 5월 동유럽팀을 신설해 폴란드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등에서 사업 중인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층 적극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정 팀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가 국내 기업들의 저임금 생산기지였다면 동유럽은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자동차, 2차전지, 화학, 방위산업 등 중후장대 산업뿐 아니라 식품 같은 소비재 기업까지 이곳으로 진출하는 흐름”이라고 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현지 로펌들과 관계를 맺고 기업의 요청에 빠르고 정확하게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수장의 아내가 중금속 중독 증상을 보이는 가운데 '독살 시도'였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왔다.우크라이나 매체 인디펜던트 키예프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이 키릴로 부다노프 군사정보국장의 부인 마리아나 부다노바가 독살 위협을 받아 중금속에 중독됐다고 보도했다.군사 정보 대변인 안드리 유소프는 이날 라디오 프리유럽·유럽 리버티 논평을 통해 부다노바가 중금속에 중독됐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부다노바는 중금속 중독으로 장기간에 걸쳐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정보 담당자는 우크라이나 매체 바벨에 "부다노바가 중독된 것으로 보이는 물질은 일상생활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사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특정인을 독살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일 수 있다"고 전했다.부다노프 국장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군사 작전의 핵심에 서며 반격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부다노프 국장도 종종 러시아가 자신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고 언급해 왔다. 최근에는 "10번 이상의 시도가 있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있었다.뉴욕타임스(NYT)는 마리안나의 중금속 중독 보도 이후, 오랜 기간 독극물을 복수와 적 제거 도구로 사용해온 러시아의 소행일 수 있다는 의심이 우크라이나에서 나왔다고 전했다.부다노바는 심리학자이자 자원봉사자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전쟁 발발 이후 부다노프 국장과 보안상의 이유로 지속해서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실종됐던 아이가 러시아로 납치돼 정치인 부부에게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영국 BBC방송은 우르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여아가 러시아 유력 정치인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 부부에게 입양됐다고 24일 보도했다.미로노프는 러시아의 친정권 성향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 대표로 두 차례나 대선 후보로 나섰던 거물급 정치인이다.BBC의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지난해 헤르손 지역 아동 보호소에서 납치·실종된 아이 48명 중 가장 어렸던 마르가리타의 행적을 추적했다. 마르가리타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고 아버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지난해 8월 생후 10개월이던 마르가리타에게 의문이 여성이 찾아와 자신을 '모스크바에서 온 아동 문제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일주일 뒤에는 보호소에 러시아 당국자로부터 아이들이 여행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약 두 달 뒤 러시아 하원의원인 이고르 카스튜케비치가 다른 당국자들과 보호소에 들이닥쳐 마르가리타를 비롯한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갔다. 그는 당시 "아이들은 크림반도의 안전한 곳으로 이송될 것"이라며 아이들을 버스와 구급차에 태우는 영상을 자신의 텔레그램이 올리기도 했다.이 보호소의 간호사인 류보프 사이코는 카스튜케비치 의원과 당국자들이 군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우리 손에서 아이들을 빼앗아 데려갔다"며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아 우리 모두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BBC 취재진은 당시 마르가리타를 찾아왔던 여성이 러시아 의회 공무원인 '이나 발라모바'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마르가리타가 아동 보호소를 나온 날 헤르손으로 가 아이를 데리고 당일 밤 모스크바로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그러면서 취재진은 최근 발라모바가 미로노프 대표와 결혼했고, 이들 부부의 딸인 '마리나'와 마르가리타의 생일이 2021년 10월 31일로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입수한 입양 기록에서도 '마르가리타 프로코펜코'가 양아버지의 성에 따라 '마리나 미로노프'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BBC는 러시아로부터 '마르가리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한편 우크라이나는 작년 2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로 납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1만9546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돌아온 어린이는 400명 미만으로 알려졌다.이에 지난 3월 국제 형사 재판소(ICC)는 아동 납치에 관여됐다는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이들을 대피시켰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