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균열·안전 문제로 입주기업 피해…3곳은 업무 기능 상실
배수 처리 없이 매립해 연약지반 형성…"공공기관이 책임 무시"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지반침하 피해 눈덩이…LH는 보상 '미적'
전북 익산시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 부지 지반침하로 인한 입주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산단을 분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상에 미온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진영 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 협의회장은 6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산단에 입주한 기업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LH는 지반침하의 명확한 원인이 허술한 공사로 밝혀졌는데도 입주기업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입주기업에 따르면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를 시작한 2018년부터 몇몇 업체의 건물 바닥과 지붕, 벽면 등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일부 건물은 지반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 공중에 붕 뜬 아찔한 상태로 겨우 균형을 잡고 있다.

건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전기와 가스 설비 오작동은 부지기수고, 관할 소방관서는 걸핏하면 화재경보기가 울려 오인 출동하기 일쑤라고 한다.

동북아 최고의 식품 클러스터를 만들어 농생명 산업 발전을 견인하겠다던 국가산단이 입주기업 안전을 위협하는 '부실 산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지반침하 피해 눈덩이…LH는 보상 '미적'
식품클러스터 지반침하는 대한토목학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 조사를 통해 허술한 매립공사에서 기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단 밑을 흐르는 소하천 등 지하수 배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부 부지를 매립해 연약 지반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피해가 큰 6개 기업 중 3곳은 사실상 업무 기능을 잃었고, 이 중 1곳은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기업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정감사 등에서 산단을 분양한 LH의 책임을 따졌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보상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감을 통해 피해 감정액 27억원 중 9억원(34%)은 LH, 나머지 66%는 공사 업체 및 일부 기업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공공기관인 LH가 책임을 무시하고 있다고 입주기업들은 입을 모았다.

안 회장은 "LH는 명백한 책임에도 공공기관 지위를 이용해 이번 사안을 소송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며 "입주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데 긴 소송을 거치면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남아나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LH는 보상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절차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LH 관계자는 "국가산단을 설계대로 시공했는데 공공기관이 보상금을 지급하면 배임이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절차상 문제를 피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법적 책임을 덜고 입주기업의 피해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감사원의 면책 제도 중 하나인 사전 컨설팅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LH 또한 조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