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창피"…'바가지 논란' 광장시장 다시 가보니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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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요금'에 영업정지 처분 가게도
손님에 평 좋은 가게 여전히 인산인해
"일부 상인 문제 시장 전체 피해" 토로
서울시 특단대책…상인들 입장 들어보니
손님에 평 좋은 가게 여전히 인산인해
"일부 상인 문제 시장 전체 피해"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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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에 '바가지 논란'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달 24일에는 가격 대비 부실한 음식을 제공한 한 전집이 10일간의 영업정지 처분받기도 했다. 이 가게의 모둠전 가격은 한 접시에 1만5000원으로 가격정찰제에 해당해 문제가 없었으나, 양을 줄여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전 11시께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상인들은 바가지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상인들에 시장 내 분위기를 묻자 일부 상인들은 "열심히 장사하는 사람들까지 다 망하게 생겼다"라거나,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아꼈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지난 5일까지 '광장시장'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다수 언급된 부정 키워드는 '비싸다', '강매', '지나치다', '부실하다', '아쉽다' 등이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마주친 한 시민은 "저렴하고 평이 좋은 가게만 가려고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 하고 왔다"고 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외국인들 후기를 찾아보고 괜찮다는 가게만 선별했다"고 했다. 평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가게들은 논란과 상관없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날 1000원짜리 꽈배기를 판매하는 곳은 40여명가량이 긴 대기 줄을 서 있었다.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 위의 쉐프들'에 소개된 한 칼국숫집은 방송을 보고 찾은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이 가게의 사장 조윤선 씨(64)는 "재래시장은 푸짐하고 싼 맛에 오는 것 아니냐"며 "방송에 출연해 4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이렇게 외국인 관광객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꾸준히 와주시는 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웃음 지었다. 그는 "시민들을 위해 적정 가격대에 최대한 푸짐하게 제공하려 한다"고도 했다.
시장 내 바가지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서는 "부끄럽고 창피하다. 이번 기회에 상인들이 많이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물가가 많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문제가 된 가게처럼) 너무 심한 경우가 있다. 광장시장은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 다른 시장들보다 모범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한 유튜버가 베트남에서 온 지인 2명과 함께 광장시장을 찾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장 내 바가지 논란이 공론화됐다. 이 영상에서 유튜버는 "다른 곳도 먹을 게 많으니 모둠전 한접시만 먹자"면서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으나, 해당 상인은 "그걸로는 적다. 더 시켜야 한다"며 계속 추가 주문을 요구했다. 이후 유튜버가 받은 접시에는 맛살, 햄, 애호박 등 재료로 만든 전 10점가량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턱없이 적은 양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관련 영상이 조회수 64만회에 달성하며 화제가 되자, 일부 유튜버들이 바가지 논란에 편승해 시장 전체의 문제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것.
시장 내 한 국숫집 직원 김모 씨(36)는 "일부 사람들이 '유튜브 각'을 위해 바가지 논란을 더 부풀려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피해는 온전히 자영업자 몫"이라며 "일부 양심 없는 상인들이 외국인들을 이용하는 건 문제지만, 정상적으로 장사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일부의 문제로 다수의 가게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통 과자를 판매하는 사장 백모 씨(56)는 "제주에서 온 지 며칠 안 됐는데 주변 상인들 말을 들어보면 코로나19 이후로 이 정도로 손님 없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며 "광장시장은 한국의 관광 메카이고, 새벽에 나와서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가는 상인들이 많은데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일부 개인 유튜버들이 구독자수를 늘리려고 바가지 논란을 키우는 건 시장 전체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유튜버들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상인들 스스로도 행동에 나섰다. 지난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상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종로구, 상인회, 먹거리 노점 상우회는 메뉴판 가격 옆에 정량을 표시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한다. 내용물을 줄이거나 지나치게 부실한 구성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빈대떡 등 대표 먹거리는 상점 앞에 모형을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시와 자치구, 상인회가 함께 가격 인상 시기와 금액 등을 논의하는 '사전가격협의체'도 신설된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될만한 상황도 목격됐다. 상인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무리한 호객행위를 하는가 하면, 자리에 앉은 손님이 "떡볶이 7알에 3000원인데 양이 너무 적다"고 원성을 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가게들에서는 사장이 더 많은 손님을 확보하려 식사 중인 손님들에 계속 자리 이동을 강요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몇몇 상인들의 이러한 행동에 동료 상인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상인은 "먹는 것 때문에 유명해져서 일부러 광장시장을 찾는 외국인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한국 전체의 이미지가 훼손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며 "상인들이 서로 올바른 장사를 독려하고, 손님에게 불이익을 준다거나 하는 가게는 개별적으로 철저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갑 KYG 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전통시장도 하나의 복합상업시설이다. 백화점에서 하는 것처럼 Q(음식의 퀄리티), S(서비스), C(청결 위생), V(가치)의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고, 정기적인 교육 등을 통해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전통시장도 제대로 된 경영과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된 브랜딩으로 경쟁력을 키울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