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신약개발 회사로의 대전환에 속도를 낸다. 다중항체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싸이런테라퓨틱스와 최대 1조원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셀트리온은 항암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항체발굴 및 개발 전문업체 싸이런테라퓨틱스(이하 싸이런)와 이중·삼중항체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발표했다. 계약 내용은 싸이런이 셀트리온의 표적항원에 결합하는 3종 이상의 다중항체를 발굴하는 식이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선급금 및 마일스톤을 포함한 계약 규모는 최대 1조1580억원이다.

싸이런은 CD3를 표적으로 하는 T-세포 연결항체 플랫폼(TCE)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TCE 다중항체는 T-세포를 통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로, 최근 혈액암 분야에서 특히 치료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고 셀트리온은 설명했다. 싸이런은 셀트리온이 지난 4월 한차례 투자한 셀트리온의 관계사기도 하다. 지난 3분기 기준 지분율은 20.1%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후속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며, 공동연구에서 발굴한 다중항체를 셀트리온이 사용할 경우 싸이런에 기술료를 지급하고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반대로 싸이런이 다중항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경우 셀트리온이 기술료를 지급받게 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을 통해 미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항암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항암제 자체개발 및 외부 기술이전을 통해 기존 항체 치료제에 항암제 제품군까지 빠르게 추가해 나가겠다는 것이 회사 전략이다.

지난해 9월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기업 에이비프로와 최대 17억5000만달러(약 2조 29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HER2 양성 유방암 표적의 이중항체 치료제 ‘ABP102’에 대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등 선진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 다양하게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을 넘어 진정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자체 보유한 기술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유망 바이오기업과 협력해 신약 개발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