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에서 직장인인 주인공(왼쪽)이 인플루언서 친구(오른쪽) 모임에 참여한 모습.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에서 직장인인 주인공(왼쪽)이 인플루언서 친구(오른쪽) 모임에 참여한 모습. /사진=넷플릭스 제공
"회사 때려치우고 연애 프로그램이나 나갈까."

직장인 이모 씨(26)는 최근 20~30대 지인들이 모인 연말 모임에서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각종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공한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인플루언서(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가 되는 상황을 선망했다.

이 씨는 "대기업을 다니던 사람들도 연애 프로그램 한번 나온 뒤로 인플루언서로서 바쁘게 사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그래서인지 직장인들을 만나 돈 버는 얘기를 하다 보면, 꼭 한 번씩은 '연애 프로그램 다음 기수 모집 언제냐' 이런 농담 섞인 한탄을 쏟아낸다"고 말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환승연애2'에 출연해 화제가 된 성해은 씨. 과거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인플루언서로 전향한 인물이다. /사진=뉴스1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환승연애2'에 출연해 화제가 된 성해은 씨. 과거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인플루언서로 전향한 인물이다. /사진=뉴스1
최근 들어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를 비롯해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채널A '하트시그널' 시리즈 등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발판으로 인지도를 쌓은 비연예인들이 인플루언서로 전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명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인플루언서가 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광고 이익을 얻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로 인플루언서가 연예인만큼이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인플루언서로 전향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연예인 행사보다 더 받는 인플루언서 세계'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주목받기도 했다.

한 광고 대행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SNS가 젊은 세대에게 활발하게 이용되는 채널이다 보니 인플루언서를 주력으로 마케팅하는데, 대상자 미팅을 하다 보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뛰어든 이들이 정말 많다"며 "팔로워를 1만명만 보유해도 쏠쏠한 광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유명 방송에 출연하면 몸값이 5배 넘게 뛰는 경우도 있어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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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에 종사하는 또 다른 관계자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A급(팔로워 20~30만 정도)은 게시물 1개당 400만~1000만원까지 받는다. 광고 게시물을 5개만 올려도 5000만원을 받는 셈"이라며 "사진 게시 후 1~3개월 뒤에 삭제해도 문제없는 조건이 일반적이고, (게시물에 적는) 멘트와 (게시물) 대표 사진도 크리에이터의 영역이라서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유튜브의 경우 4~5분짜리 영상을 올리면 기본 4000만~5000만원 받는다"며 "(인플루언서)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플루언서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는 항저우의 온라인 생방송 진행자가 5만명이며, 등록된 관련 업체는 5000여 곳에 달해 100여만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1년 말 기준 항저우의 상주인구는 1220만4000명으로, 주민 12명 중 1명이 온라인 생방송 업계에 종사하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 공연산업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생방송을 생업으로 삼은 진행자 중 95.2%는 월수입이 5000위안(약 92만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매체 홍성신문은 "온라인 생방송은 생각만큼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최상위층과 하위층의 소득 격차가 크고, 극소수만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플루언서의 수입이 알려진 것과 다른 경우가 많고, 인플루언서로 전향했다가 후회하는 직장인들도 상당히 많다"며 "실패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건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현업과 병행하고, 성공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재직 여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며 "처음부터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은 조직이나 사회적 관점에서도 손해"라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