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22억 적립됐으나 지난 2년 가스비 폭등에 난방비 보조로 전용
올해 말 기준 55억원 남아…내년 가스 요금 안정 안 되면 기금 고갈
부산 해운대 그린시티 노후 열수송관 보수 기금 바닥
부산 해운대구 그린시티(옛 해운대 신시가지) 내 집단 난방을 위해 매립된 열 수송관의 노후화로 최근 난방이 일부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던 가운데 노후관을 보수·교체하는데 쓰려고 모은 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구 그린시티 집단에너지시설 기금이 이달 기준 55억원 정도가 남아있다.

기금은 2021년 기준으로 323억원까지 적립됐으나, 지난해와 올해 각각 190억원과 110억원가량을 지역민 난방비 보조로 전용하면서 기금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이 기금은 1996년 매설된 열 수송관의 노후화에 대비해 교체나 보수 등에 사용하려고 주민들이 낸 에너지 사용료에서 일부를 적립한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해와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치솟으면서 그린시티 내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하는데 기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한차례 요금을 인상하기는 했지만, 주민 반발로 천연가스 인상분만큼 올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금으로 그린시티 내 난방 요금을 낮추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43%가 올랐다면, 해운대 그린시티 집단에너지시설에서 발전에 쓰는 '열 전용 설비용 도시가스' 가격은 162%까지 치솟은 상황이었다"면서 "해당 가격이 오른 만큼 주민들에게 비용을 모두 전가할 수 없었고, 반발도 매우 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기금은 올해 말 기준 55억원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도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대비 53%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기금이 추가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 빠르게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기금을 모두 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해운대 그린시티 노후 열수송관 보수 기금 바닥
최근 그린시티 내 열 수송관 파손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나흘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열 수송관의 이음매 부분이 찢어지며, 아파트 8개 동 7천323가구에 난방이 9시간 30분 동안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열 수송관의 균열 등으로 공급을 일시 중단한 건수도 모두 51건에 달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에 주민에게 부과하는 요금을 한 차례 더 인상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통상적인 노후관 보수 등은 특별회계를 통해 마련하고 있었고, 기금은 추후 발생할 노후관 문제에 대비하려고 적립한 것이어서, 도시가스 가격이 안정화된다면 다시 기금을 적립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