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법원, '인권범죄' 관여 후지모리 前대통령 석방 다시 불허

대통령 사면→법원 취소→헌재서 구제→미주재판소 반대 등 공방 이어져

페루 법원이 재임 중 발생한 인권 범죄에 관여한 죄로 25년 형을 받은 알베르토 후지모리(85) 전 페루 대통령의 석방을 재차 불허했다.

페루 사법부는 1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에 "이카 형사법원(1심)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에 대한 집행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담당 재판부인 비센테 페르난데스 판사는 관련 결정문에서 "우리 법원과 상급심(이카 고등법원) 모두 (과거에) 인신 보호 청원이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근거가 있다고 해도 인신보호 청원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절차상 헌법재판소에서 다룬 사건에 대한 판결을 집행할 수 있는 관할권이 (우리에겐) 없다"며 "다만, 이 인신 보호 청원의 경우 헌재에서 인용했기 때문에 석방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청원이 제기된 우리 법원이 아닌 헌재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서류 일체를 헌재로 돌려보낸다고 덧붙였다.

일본계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살인, 중상해 등 인권 범죄와 관련해 2009년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85) 당시 대통령의 사면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듬해인 2018년 10월 대법원이 사면을 취소하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이후 헌재는 2022년 3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 보호 청원을 받아들였으나, 페드로 카스티요(54) 당시 정부는 "그를 석방해선 안 된다"는 2022년 4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주인권협약 당사국 정부는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미주인권재판소 관할권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선언을 할 수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수도 리마 외곽에 있는 바르바디요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이곳에서는 수백억원대 뇌물 혐의를 받는 알레한드로 톨레도(77)와 직권남용 등 혐의의 카스티요까지 페루 전직 대통령 3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