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만에 4조4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대출 수요가 급증한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사철 대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집단대출 실행이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 가까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대출 금리를 끌어내리면서 결국 가계부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3856억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원)보다 4조3737억원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가 성행한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5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지난 10월 말 521조2264억원에서 11월 말 526조2223억원으로 4조9959억원(1.0%) 늘었다. 2020년 10월(1.1%)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증가율이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이 급격히 확대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따른 주담대 금리 하락세가 꼽힌다.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 이후 본격화한 상생금융 압박으로 인해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4.5% 안팎에서 연 3%대로 하락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2~5.79%로, 지난달 1일(연 4.39~6.37%) 대비 0.5%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주담대와 달리 지난달 개인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2234억원(0.2%) 줄어든 107조719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은 319조5560억원에서 320조3683억원으로 8123억원(0.3%) 증가했고, 대기업대출은 137조3492억원에서 138조3119억원으로 9627억원(0.7%) 늘었다.

정의진/이소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