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LG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 수소 설비 구축
"풍력, 태양광 등 청정 원료로 수소 생산 목표"

[※ 편집자 주 :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는 국가 기간 산업의 본산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경쟁 격화, 원자재 가격 상승, 원료 수입 의존 심화 등 위기가 이어지면서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대표적 탄소 배출 업종인 석유화학 업계는 수소로 대표되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소명도 안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여수산단의 위기를 진단하고 탄소중립 시대와 함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해야 할 여수산단의 생존 방안을 제언하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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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여수산단] ④ 청정에너지 수소 생산 현장을 가다
"풍력,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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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공장 관계자는 25일 CA2 공장 내 수전해 설비를 소개하며 깨끗한 원료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 내는 게 사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1999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설비에서는 연간 1만7천t의 수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설비를 돌리는 데 쓰이는 전기는 화력 등 기존 탄소 에너지로부터 나오는데, 이 전기조차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어내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거대한 배터리처럼 보이는 전해조 31대에는 정제된 소금물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전해조를 가득 채운 소금물과 양극과 음극의 회색 배관, 분리막인 셀(Cell)의 상호 작용을 통해 수소가 분리된다.

이렇게 분리된 수소는 천장 배관으로 한데 모여 외부 설비로 옮겨지고 건조·정제·압축 공정을 거쳐 각 생산 공장으로 들어가 원료로 쓰인다.

이 설비에서 생산된 수소는 연간 42만t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산공장과 여수공장에 청정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수소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며 "신재생 에너지로부터 청정 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 설립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내 또 하나의 수소 생산 기지를 갖추고 있는 GS칼텍스 여수공장.
공장 내 거대한 공간을 차지한 수소 생산 설비(HMP)에서는 공장에서 나온 탄소를 원료로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위기의 여수산단] ④ 청정에너지 수소 생산 현장을 가다
거대한 가스통처럼 보이는 흡착탑 10개로 들어간 탄소는 스팀과 고온의 촉매 반응을 통해 탄소가 없어지고 순도 100%의 수소로 다시 탄생한다.

200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설비에서는 연간 36만t의 수소가 생산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연료는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탄가스, 나프타 등 탄소 에너지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는 다시 중질유 분해나 정유 제품 탈황 공정 등의 원료로 소비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원료를 정제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연간 84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 중인데 이를 감축하기 위해 청정수소 생산, 탄소 포집· 매립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단 내 다른 기업들도 친환경 산업으로 주목되는 수소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생산·운송·유통 시설을 구축하는 등 수소 사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양은 여수시 묘도 일원에 열병합 발전소, 생산시설, 탄소 포집·액화·저장 시설 등을 갖춘 수소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남해화학도 해외에서 수소를 들여와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롯데SK에너루트는 수소 충전소·지게차 등을 도입해 수소 물류 생태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산단 관계자는 "산단 기업들의 수소에 대한 관심은 새사업 발굴 확대와는 차원이 다른 생존의 문제"라며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보하지 못하면 멸종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새 성장동력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