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신 반도체 소부장株"
증시 불황 속에 저평가된 가치주에 관심이 커졌다. VIP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운용사 가운데 하나다. 박성재 VIP자산운용 밸류팀장(사진)은 쟁쟁한 매니저들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VIP자산운용에 입사한 그는 총 6000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대표 상품인 ‘밸류프로 사모펀드’는 2012년 출시 후 지난 16일까지 누적 수익률이 370.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31.7%다.

박 팀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투자하기 좋은 기회가 왔다”고 했다. 그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며 “국내 경기가 올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와 내년엔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8배 수준으로 하방경직성이 강해졌다”고 했다.

박 팀장은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군에서 유망 중소형주를 발굴하는 데 강점을 지녔다. 그는 유망 투자처로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를 꼽았다. 그는 “중소형 소부장주는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주보다 주가 업사이드(상승여력)가 더 커 기회가 많다”며 “특히 전방산업 다변화가 가능한 업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종목으로 ISC, 주성엔지니어링, 한솔케미칼 등을 제시했다.

박 팀장은 투자 실패의 경험을 자산화했다고 했다. 그는 2009년부터 2~3년간 국내 증시를 주도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자동차 부품주를 매수했지만 손실을 봤다. 다가오고 있던 전기차 시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사양산업에서의 역발상 투자보다는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는 강소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2차전지 업종에 대해선 “비중을 많이 축소했다”고 했다. 그는 대신 “올해 중순 이후 반도체, 의료기기 순으로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