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시가 현실화 계획 공청회…수정안 없이 '근본적 재검토' 제시
"내년 공시가격에는 국민부담 완화 고려한 별도조치 필요"
과중한 세부담·공시가 역전현상 문제로 지적…'형평성' 취지는 살려야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이냐 폐기냐…2년째 "원점재검토"(종합)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얼마까지 높일 것인지 목표치를 담은 현실화율 로드맵 개편안을 2년째 확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춰놓은 뒤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로드맵을 뜯어고치는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현실화율을 개편할지 아니면 폐기할지 여부를 정하지 못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체계 안에서 목표 현실화율 하향 조정, 목표 달성 기간 연장 등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현실화 계획의 구조적 문제 및 추진 여건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화율 로드맵의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내년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대내외 경제 여건과 국민 부담 완화를 고려한 조치가 별도로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이냐 폐기냐…2년째 "원점재검토"(종합)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020년 11월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재편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주택 유형에 따라 최장 2035년까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90%로 끌어올리기로 한 계획이 지나치게 가파른 공시가격 상승과 과도한 세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대대적 손질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일단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세 부담을 완화하고 시간을 벌어놓은 뒤 2024년 이후 적용할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안은 올해 하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공청회에서 현실화율 최종 목표치를 90%에서 80%로 낮추고, 목표 달성 연도도 204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 등 수정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으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과만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또다시 로드맵의 원점 재검토를 언급했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여러 대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기존 현실화 계획을 수정하는 것으로는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담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다시 생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할 조치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이냐 폐기냐…2년째 "원점재검토"(종합)
공시가격은 정부가 과세 등을 위해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거쳐 정하는 평가 가격이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아지면 보유세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짠 현실화율 로드맵대로라면 아파트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은 2020년 69.0%에서 2021년 70.2%, 2022년 71.5%, 올해 72.7%, 내년에는 75.6%로 높아져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파트값이 하락한 데다, 2020년 현실화율을 적용하면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평균 18.63% 내리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부담 역시 2020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이냐 폐기냐…2년째 "원점재검토"(종합)
로드맵의 문제점으로는 매년 세율 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구조적으로 세 부담이 커지고,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시세가 떨어졌는데도 공시가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송 부연구위원은 "기존 현실화 계획을 따를 경우 세제 개편 없이는 현실화 계획만으로 주택분 재산세 부담이 약 34%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의 경우 1천486만호 중 6.92%(103만호)가 시세는 떨어졌는데도 올해 공시가격은 상승할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저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고가(15억원 초과)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2025년까지, 저가(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시세 반영률 90%에 도달하도록 차등을 둔 것은 가격대별 현실화율 격차를 벌렸다.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이냐 폐기냐…2년째 "원점재검토"(종합)
다만 현실화율 로드맵 도입 때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균형성·형평성'은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부촌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40∼50% 선에 그치고, 지방 저가 주택은 70∼80%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는 로드맵 도입의 배경이 됐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주택 등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벌어진 시세 반영률을 공평하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공청회 토론자로 참석한 강춘남 태평양감정법인 감정평가사는 "해마다 별도의 공시가격을 발표하는 게 아니라 전년도의 연장선상에서 발표되고 있기에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현실화율 로드맵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로드맵 폐기를 주장하며 "이는 공시가격이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계속해서 올라가게끔 만든 '증세 로드맵'"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