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녹음·해외투어…"다양한 스타일 소화하는 카멜레온 돼야"
임윤찬 협연으로 2024시즌 시작…"위대한 피아니스트 될 빅스타"
서울시향 이끄는 츠베덴 "지휘자 양성하고 작곡가에 작품 위촉"(종합)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얍 판 츠베덴(63) 제3대 음악감독과 5년간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은 츠베덴은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의 계획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공연 및 녹음, 해외 순회공연, 차기 지휘자 양성, 작곡가 및 예술단체 협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말러 교향곡 전곡 공연 및 녹음은 내년 1월 열리는 츠베덴의 취임 연주회부터 시작된다.

서울시향은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시작으로 매년 2곡 이상 말러 교향곡을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츠베덴은 "1번은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어렵고, 말러 교향곡들의 가장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작품"이라며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순회공연으로는 2024년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 유럽 투어를 추진 중이다.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전용홀과 업무협약을 맺고 초청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RCO는 츠베덴이 1979년 19세에 최연소 악장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츠베덴은 "서울시향의 퀄리티(역량)를 널리 알리는 것도 임기 중 목표"라며 "국제적인 사운드와 명성을 갖춘 교향악단이 되려면 해외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향 이끄는 츠베덴 "지휘자 양성하고 작곡가에 작품 위촉"(종합)
서울시향은 신진 지휘자·작곡가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츠베덴은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신진 지휘자 양성과 관련해서는 공개 오디션을 구상 중이다.

츠베덴은 2016년부터 매년 여름 스위스에서 열리는 그슈타트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첫해에는 지원자가 4명이었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284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츠베덴은 "오디션을 통과한 지휘자들이 서울시향 리허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상을 주거나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다"며 "연주회를 개최해 수상한 지휘자들이 관객 앞에서 지휘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인 작곡가들에게 곡을 위촉할 계획도 밝혔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인 정재일에게도 위촉 곡을 요청했다.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라며 주저하던 정재일을 츠베덴이 설득했다고 했다.

츠베덴은 "지난해 뉴욕필에서도 (새로 작곡된 곡의) 세계 초연을 19번 했다.

다양한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해 2025년부터 위촉 곡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다양한 예술단체와 협업도 확대하고, 매 시즌 오페라 연주를 선보일 계획이다.

츠베덴은 "서울은 음악뿐 아니라 예술의 도시인 만큼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음악가들과 함께 협업할 예정"이라며 "오페라 연주는 오케스트라에 더 많은 유연성을 가져다줄 기회"라고 덧붙였다.

서울시향 이끄는 츠베덴 "지휘자 양성하고 작곡가에 작품 위촉"(종합)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시작을 알리는 첫해인 2024시즌에는 거장 지휘자와 유명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객원 지휘자로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관현악단과 러시아 볼쇼이극장 음악감독을 역임한 투간 소키예프, 김은선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바실리 페트렌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 핀란드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영국 고음악의 거장 리처드 이가 등이 포디움에 선다.

협연자로는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월 츠베덴 취임 연주회에 함께하며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레이 첸, 토머스 햄프슨,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등이 무대에 선다.

츠베덴은 임윤찬과 협연에 대해 "이미 미국, 유럽에서도 사랑을 받는 '빅스타'"라며 "이 젊은 연주자는 미래에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 작품들로 채워진 2024시즌 레퍼토리도 눈에 띈다.

교향곡의 경우 말러 1번으로 시작해 베토벤 5번, 브람스 2번, 모차르트 40번, 브루크너 7번, 쇼스타코비치 7번, 드보르자크 7·8번 등을 연주한다.

츠베덴은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카멜레온같이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츠베덴은 1996년부터 본격적인 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미국 댈러스 심포니(2008∼2018년), 홍콩 필하모닉(2012∼2022년)의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단원들의 연주 역량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지휘자라는 뜻에서 '오케스트라 트레이너', '오케스트라 조련사'로도 불린다.

서울시향과는 올해 1월 데뷔 무대를 가진 뒤 이후 세 차례 더 함께 호흡을 맞췄다.

츠베덴은 서울시향이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저는 매주 전 세계의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있기에 훈련된 '좋은 귀'를 가지고 있다"며 "원하는 퀄리티에 대한 분명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퀄리티에 도달하려면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해야 하고, 음악을 즐겨야 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퀄리티는 아주 가끔 연주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번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