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중고폰 보상 서비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연간 1000만 대 수준으로 커진 국내 중고폰 시장에서 새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헌 폰 팔아 아이폰 산다…산업이 된 중고폰 거래

통신사 틈새 먹거리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부터 중고폰 매입 플랫폼 ‘굿바이’와 제휴를 맺고 ‘중고폰 보상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택배를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중고폰을 수거한 뒤 ‘데이터 클렌징 솔루션’으로 중고폰에 남아 있던 개인정보를 영구 삭제한다. 중고폰을 처리할 때 개인정보 유출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마케팅 포인트를 ‘안전’으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용자가 직접 중고폰 내부와 외관, 성능 상태를 점검하고 견적을 제시할 수도 있다. 판매 대금을 접수 확인 후 5분 이내에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KT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출시 직후부터 꾸준히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KT닷컴에서 애플 ‘아이폰15’ 시리즈를 예약한 가입자 4명 중 1명이 이 서비스를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폰을 중고폰으로 판매한 돈을 보태 새 폰을 장만한다는 얘기다.

통신사가 이 시장에 들어서면서 한층 합리적인 매입 단가가 형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갤럭시S22울트라는 상태에 따라 17만~53만6000원이다. 아이폰14프로는 31만5000~92만원을 보상해준다. 기존엔 중고폰 매입 전문업체를 통할 경우 합리적인 견적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제품 상태 대비 가격을 ‘후려치는’ 판매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도 많았다.

중고폰 年1000만 대 거래 시대

다른 통신사도 중고폰 관련 서비스에 하나둘 손을 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1월부터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운영 중인 중고폰 플랫폼 ‘셀로’는 최근 가입자 45만 명을 넘겼다. 셀로는 인공지능(AI)으로 중고폰을 검수한다.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 자회사 ‘민팃’과 협력해 중고폰 사업을 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중고폰 거래가 활성화하는 흐름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국내 중고폰 연간 거래량은 약 1000만 대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값비싼 최신 휴대폰 대신 상태 좋은 중고폰을 찾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입된 중고폰은 국내외 중고폰 시장에 다시 공급된다. 대당 100만원을 넘는 프리미엄 중고폰 거래량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쓰기 어려운 상태의 중고폰은 기기 속 핵심 부품을 다시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세계 중고·리퍼 휴대폰 시장 규모가 2022년 505억달러에서 2033년 17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가 리퍼폰을 국내에 본격 도입하면 기존 중고폰 매매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출고가 대비 최대 69% 저렴한 리퍼폰을 시범 판매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