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시종 연작소설 '쑥떡'
[신간] 글쓰기로 상처 보듬기…'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 이주혜 지음.
오십 대에 접어든 '나'는 어느 날 남편이 함께 정당 활동을 하던 여성 동료를 스토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자기 행동이 진심이었기에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별거에 들어간다.

가까스로 받게 된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에서 일기 쓰기가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에 반신반의하다가 우연히 한 글방이 운영하는 일기 쓰기 교실을 발견한다.

그러고는 홍보 문구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은 소설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창비)로 올해 신동엽 문학상을 받은 이주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헤쳐 나갈 방법으로 글쓰기를 택한 주인공이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상처를 드러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창비. 348쪽.
[신간] 글쓰기로 상처 보듬기…'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 쑥떡 = 백시종 지음.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을 지낸 원로 작가 백시종이 여든을 앞둔 나이에 뒤늦게 쓴 성장 소설들을 모았다.

'눈물과 함께 먹은 삼계탕', '곰팡이꽃 핀 쑥떡', '마가린 간장 비빔밥' 등 7편의 중편 소설이 수록됐다.

소설들은 각기 독립돼 있지만, 주인공의 유년 시절부터 청소년과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내용이 쭉 이어지는 연작소설 형태다.

여순사건 당시 공산주의에 물든 목사의 아들을 숨겨준 가족이 겪은 이야기, 제 몫을 다 먹고 동생 것을 빼앗아 먹었던 형이 동생을 저세상으로 보낸 후 엄청난 고통 속에 성장하는 이야기, 식모 '영순이 누나'를 짝사랑한 사춘기 소년의 러브 스토리 등에는 현대사의 혼란상과 지독한 가난 속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성장한 작가의 인생이 짙게 반영됐다.

수록작들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작가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 있다.

쑥떡, 삼계탕, 짜장면, 보리밥 등 추억의 음식을 매개로 작가는 자신의 인생과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그늘을 세심하게 돌아본다.

작가는 "먹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온 셈이다.

어쩌면 지나온 80년이 온통 먹기 위해 허겁지겁 살았던, 자랑스럽지 못한 기억뿐인 것 같다"면서 이 소설들을 "일종의 먹거리 고해성사"라고 소개했다.

문예바다.

38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