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새 5% 이상 급등하며 5000만원을 넘어섰다. 16일 서울 반포동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직원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새 5% 이상 급등하며 5000만원을 넘어섰다. 16일 서울 반포동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직원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5000만원을 돌파하며 또다시 연고점을 새로 썼다. 비트코인이 5000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4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는 데다 긴축 종료 기대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뛰어

16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5.19% 상승한 5045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5064만6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5.4% 오른 3만7482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한때 6.3% 오른 3만780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5000만원 돌파한 비트코인…기관 자금 유입에 더 뛰나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 상승률로만 138.9%에 달한다. 작년 11월 세계 3대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비트코인은 올해 초 210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3월 들어 3000만원대에 진입한 뒤 횡보하다가 6월 말 4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더리움은 이날 2.73% 오른 274만6000원을 기록했다. 아발란체(19.9%), 솔라나(14.7%) 등 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인 알트코인도 급상승했다.

◆기관 투자 유입 중

이날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미국의 긴축이 끝날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달보다 0.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4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시장 예상치(0.1%)보다 하락폭이 컸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PPI까지 떨어지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미국의 금리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블랙록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등 월가 자산운용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시장에선 내년 1월께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앞두고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암호화폐 전문 운용사인 코인셰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관투자가는 암호화폐 시장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이 중 2억4000만달러가량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60만달러도 넘본다”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 1조5000억달러에 불과한 암호화폐 생태계 규모가 2030년에는 25조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 시장점유율은 지난 1월 5.2%였지만, 이달에는 12.9%로 확대됐다.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이 가짜뉴스에 취약한 만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소식에 가격이 출렁거릴 가능성도 있다. 최근 암호화폐 리플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리플의 신탁상품을 출시할 것이란 가짜뉴스로 10% 넘게 올랐다가 30분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