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독점해온 자리…CGFS 의견, 세계 중앙은행 정책에 큰 영향
임기 2026년 10월말까지…한은 총재 '임기 완주' 의지 밝힌 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세계 각국 중앙은행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위원회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임기가 2026년 10월 말인 이 자리를 이 총재가 수락함으로써, 여러 직책에 대한 하마평에도 불구하고 2026년 4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한은 총재직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13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서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창용 총재, BIS CGFS 의장 선임…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주도
이 위원회는 BIS 총재 회의 산하 최고위급 핵심 협의체로, 올해 9월 현재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일본은행 등 28개 중앙은행이 회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 의장은 BIS 총재 회의에서 선출되는데, 마크 카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2010년 7월∼2012년 1월),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2012년 1월∼2018년 6월),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 총재(2018년 6월∼2023년 9월) 등 지금까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가 의장을 맡아왔다.

위원회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성 강화 등을 위해 정책을 권고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잠재적 리스크(위험) 분석과 평가를 수행한다.

연 4차례 정례회의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 이슈가 있을 마다 긴급 현안 회의도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균형 누적을 경고하며 정책 대응 방안을 제시했고,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직후에도 중앙은행 간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자산가격 급락, 금융기관 유동성 위기 등의 금융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글로벌 은행들의 파산 위기 당시에도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위원회의 모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논의 내용은 각국 중앙은행 정책 수립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진호 한은 국제협력국 글로벌협력부장은 "이 총재의 의장 선임은 국제 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일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 수준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CGFS 의장 임기는 11월 1일부터 2026년 10월 말까지 3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