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신재생 비중 2017년 20%→2021년 30%…"靑·백운규 지적 후 입장선회"
산업부 관계자, 감사원 조사서 "정무적 접근" "문제 알지만 숙제였다" 진술
"전기요금 논란에도 인상 필요성 무시…국회 제출 보고서 삭제도"
"산업부, 문제 알고도 文정부 목표 맞추려 신재생 확대 강행"(종합)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도 무리하게 목표를 상향해 추진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산업부는 신재생 전환에 따라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당시 새 정부의 강한 기조에 억지 꿰맞추기식으로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축소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 NDC 맞춰 부랴부랴 목표 급상향…"숙제", "정무적 접근" 진술 나와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통령 공약이었던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 20% 달성'과 관련, "매우 의욕적인 목표이고, 필수 인프라 확보 없이 사업 목표를 대폭 확대하면 전력 공급 차질로 국가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산업부의 이러한 1차 보고에 당시 국정기획위 일부 위원들이 '산업부가 새 정부의 에너지 공약 이행 의지가 있느냐. 혹시 공약 추진해 반대하는 것인지 의문이다'라는 취지로 불만족스럽다고 지적했다고 감사원은 파악했다.

산업부는 이후 후속 보고를 거쳐 같은 해 7월 '2030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20% 확대'라는 국정 과제를 채택하면서, 이를 위한 인프라 확보 등 특단의 대책 내용도 함께 담았다.

2030년까지 20% 상향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달성이 쉽지 않았던 셈이다.

그런데도 2021년 국가적 목표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따라 산업부가 신재생 발전 목표를 30%까지 올린 과정을 감사원은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2021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NDC를 연내에 상향하라는 지시를 하자, 산업부는 그해 9월 신재생 에너지를 30.2% 끌어올리겠다고 목표치를 급하게 바꿨다.

산업부 내부적으로는 2030년 실현할 수 있는 신재생 목표는 24.2%∼26.4%라고 인식하고도 NDC 상향 압박과 원전 확대는 당시 정부 기조상 채택할 수 없었던 등의 사유로 "이행 방안은 나중에 찾자"며 신재생 30% 확대를 택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산업부, 문제 알고도 文정부 목표 맞추려 신재생 확대 강행"(종합)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당시 산업부 관계자들은 "신재생 30%가 '숙제'로 할당된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었다", "신재생 목표 상향은 정무적으로 접근했다" 등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해 9월 2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2030년 NDC는 40%(신재생 30%)로 확정됐고, 산업부는 이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언론 등의 의문 제기에도 "입지 잠재량을 고려하면 달성이 가능하다"고 대응했다.

그러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2030년 신재생 30% 목표는 탑다운으로 설정된 과다한 수치였다"면서 목표 하향을 재발표하며 혼선을 자초했다고 감사원은 비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적인 흐름을 보면 NDC를 상향 자체가 문제라고는 보지 않으며 청와대 등 상급 기관에서 산업부에 특정한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확인된 바는 없다"며 "그러나 NDC 이행 수단은 주무 부처의 몫이고,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실현 가능성을 따져 적정 목표를 설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단기간에 무리하게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부, 문제 알고도 文정부 목표 맞추려 신재생 확대 강행"(종합)
◇ "전기요금 인상 요인 축소 전망해…국회 제출 보고서 고의 삭제까지"
감사원은 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 필요성을 계속해서 묵살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017년 6월 국정기획위에 '신재생 정산 단가는 다른 발전원보다 높아 신재생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을 2018년과 비교해 최대 39.6%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2018년부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140조원 이상 더 거둬들여야 한다는 계산이었는데, 이 전망마저도 현실적인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산업부는 이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7월 초 지명된 백운규 장관 후보자에게 보고했는데, 백 후보자가 "신재생에너지는 기술 발달로 매년 발전 원가가 하락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런 내용으로 해외 자료를 찾아보라고 언급했다고 감사원은 조사했다.

비슷한 시기에 산업부는 청와대로부터도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 보고서에 기술된 예시를 보면, 산업부 관계자는 7월 대통령 비서관실로부터 "2030년 전기요금 인상 전망이 20% 이상이라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 정무적 감각도 없느냐"는 이야기를 전화로 듣기도 했다.

산업부는 청와대와 백 후보자의 기조에 맞춰 7월을 기점으로 요금 인하 요인만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선별적 적용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8월 초 정부·여당은 "향후 5년간은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산업부는 전문가 검증 등 없이 자체 판단으로 그해 말 국회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10.9%라고 보고했다.

이 전망치를 두고 국회와 언론 등에서 비현실적 수치라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산업부는 전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여러 차례 반박 자료를 발표하며 이 입장을 고수했다.

한전은 산업부의 지시로 2019년 7월 국회가 요구한 '전력 구입비 연동제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 내용은 대거 삭제하고 제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