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바닥 쳤나?" 목표가 줄하향후 반등하는 녹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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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기간 동안 낮아진 실적 추정치도 밑돈 ‘어닝 쇼크’
실적 발표 전부터 매집한 외국인…기관도 매수대열 합류
내년 IVIG-SN 미국 허가 기대감에 실적 회복 전망까지 3분기 실적시즌에 목표주가가 줄하향된 녹십자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대 이하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반등이 본격화됐습니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덕입니다. 2021년 이후 주가를 끌어 내린 매출 성장 둔화와 혈액제제의 미국 승인 지연이 내년에는 해소된다는 데 베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녹십자는 2.00% 오른 1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20일에 52주 최저가(9만4600원)를 찍은 직후부터 반등이 시작돼 한달 조금 안 되는 기간동안 10.99% 올랐습니다.
실제 녹십자의 3분기 실적은 프리뷰 기간동안 낮아진 컨센서스에도 못 미쳤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4394억원, 영업이익은 32.8% 줄어든 328억원이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이 실적 프리뷰 기간동안 낮아진 컨센서스(460억원→356억원)에도 못 미쳤습니다.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는 국내 독감백신 판매와 희귀병치료제 헌터라제 수출의 부진이 꼽혔습니다. 둘 다 녹십자가 뭘 잘못해서 부진했던 건 아닙니다.
국내 독감백신 판매 감소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부터 독감백신 시장에 다시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에 매진하느라 독감백신을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헌터라제 수출 감소의 이유는 전쟁입니다. 가격이 비싼 희귀질환 치료제이기에 공적 보험의 지원이 있어야 환자들이 약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고,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분쟁까지 일어나면서 희귀질환에 대한 지원이 줄었습니다.
4분기에도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연말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4분기에는 독감백신 매출이 2‧3분기 대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시선은 내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올해 실적을 짓눌렀던 악재가 해소되는 데다, 연초 IVIG-SN 10%의 미국 시판 허가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증권가에선 IVIG-SN 10%의 미국 시판 허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미 수차례 미국 진입이 지연되면서 녹십자의 주가를 끌어 내린 주범이지만, 이번에는 수수료를 내고 일정 기간 안에 결과를 받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심사제도를 이용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개최된 면역 관련 학회에 참석하는 한편, 보험업계와의 사전 조율에 나섰다고 합니다.
IVIG-SN 10%가 미국 시판 승인을 받아내면 녹십자 실적을 크게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IVIG 시장은 약 156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에서 녹십자가 1%의 시장점유율만 차지하더라도 이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헌터라제 수출도 내년에는 정상화될 전망입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헌터라제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환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더해 헌터라제는 뇌실투여(ICV) 제형으로도 개발돼 기존 치료제가 충족시키지 못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녹십자는 완제 생산(DP) 방식의 CMO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액을 들여와 바이알, 주사기 등에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단순 포장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충전 과정에서 이물질 혼입 등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한 고도의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서도 녹십자는 얀센의 의약품을 DP 방식으로 위탁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방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좀 더 단기간에 CMO사업이 캐시카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적인 CMO 사업 매출 목표치는 내년 150억원, 2025년 300억원 이상”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프리뷰 기간 동안 낮아진 실적 추정치도 밑돈 ‘어닝 쇼크’
실적 발표 전부터 매집한 외국인…기관도 매수대열 합류
내년 IVIG-SN 미국 허가 기대감에 실적 회복 전망까지 3분기 실적시즌에 목표주가가 줄하향된 녹십자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대 이하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반등이 본격화됐습니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덕입니다. 2021년 이후 주가를 끌어 내린 매출 성장 둔화와 혈액제제의 미국 승인 지연이 내년에는 해소된다는 데 베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녹십자는 2.00% 오른 1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20일에 52주 최저가(9만4600원)를 찍은 직후부터 반등이 시작돼 한달 조금 안 되는 기간동안 10.99% 올랐습니다.
실적 부진 전망에 목표가 줄하향…낮아진 컨센서스도 밑돌아
재미있는 건 반등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잇따라 3분기 실적 프리뷰(전망) 보고서를 통해 녹십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렸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초 15만2778원이던 녹십자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실적 발표 직전인 같은달 31일 14만2091원까지 하향됐습니다. 목표주가 하향의 배경은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었습니다.실제 녹십자의 3분기 실적은 프리뷰 기간동안 낮아진 컨센서스에도 못 미쳤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4394억원, 영업이익은 32.8% 줄어든 328억원이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이 실적 프리뷰 기간동안 낮아진 컨센서스(460억원→356억원)에도 못 미쳤습니다.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는 국내 독감백신 판매와 희귀병치료제 헌터라제 수출의 부진이 꼽혔습니다. 둘 다 녹십자가 뭘 잘못해서 부진했던 건 아닙니다.
국내 독감백신 판매 감소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부터 독감백신 시장에 다시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에 매진하느라 독감백신을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헌터라제 수출 감소의 이유는 전쟁입니다. 가격이 비싼 희귀질환 치료제이기에 공적 보험의 지원이 있어야 환자들이 약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고,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분쟁까지 일어나면서 희귀질환에 대한 지원이 줄었습니다.
4분기에도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연말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4분기에는 독감백신 매출이 2‧3분기 대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내년엔 IVIG-SN 10% 미국 허가, 헌터라제 회복 기대돼
하지만 외국인이 3분기 실적 발표 전부터 녹십자 주식을 쓸어 담으며 주가를 끌어 올렸고, 지난 14일에는 기관도 매수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녹십자가 저점을 찍은 이튿날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외국인은 30억8400만원어치의 녹십자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기관은 14일 하루 동안에만 12억36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외국인과 기관의 시선은 내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올해 실적을 짓눌렀던 악재가 해소되는 데다, 연초 IVIG-SN 10%의 미국 시판 허가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증권가에선 IVIG-SN 10%의 미국 시판 허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미 수차례 미국 진입이 지연되면서 녹십자의 주가를 끌어 내린 주범이지만, 이번에는 수수료를 내고 일정 기간 안에 결과를 받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심사제도를 이용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개최된 면역 관련 학회에 참석하는 한편, 보험업계와의 사전 조율에 나섰다고 합니다.
IVIG-SN 10%가 미국 시판 승인을 받아내면 녹십자 실적을 크게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IVIG 시장은 약 156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에서 녹십자가 1%의 시장점유율만 차지하더라도 이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헌터라제 수출도 내년에는 정상화될 전망입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헌터라제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환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더해 헌터라제는 뇌실투여(ICV) 제형으로도 개발돼 기존 치료제가 충족시키지 못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신성장 동력’ CMO 계약 체결…“예상보다 빨리 캐시카우될 것”
중장기적으로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통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지난 14일에는 유바이오로직스의 경구용 콜라라 백신 ‘유비콜’ 1500만도즈를 2026년까지 생산해주기로 하는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녹십자는 완제 생산(DP) 방식의 CMO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액을 들여와 바이알, 주사기 등에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단순 포장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충전 과정에서 이물질 혼입 등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한 고도의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서도 녹십자는 얀센의 의약품을 DP 방식으로 위탁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방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좀 더 단기간에 CMO사업이 캐시카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적인 CMO 사업 매출 목표치는 내년 150억원, 2025년 300억원 이상”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