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노모토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 설립자(오른쪽)와 MSG 세계 첫 개발자(왼쪽)
아지노모토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 설립자(오른쪽)와 MSG 세계 첫 개발자(왼쪽)
감칠맛을 내는 'MSG' 기술의 원조인 일본 식품 대기업 아지노모토가 미국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업체이자 개발기업인 미국 포지바이오로직스를 5억 5400만달러(약 7300억원)에 인수했다.

아지노모토 "AAV 공급 부족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 확장 지속될 것"

아지노모토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사간 이같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지노모토는 포지바이오로직스 인수를 통해 유전자치료제 개발 및 CDMO업계에 진출해 기존 바이오사업을 강화할 전망이다.

아지노모토는 지난 2월 2030년 중기 전략 발표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CDMO, 올리고핵산, 재생의학, 항체배양 배지 등을 통한 헬스케어사업 강화와 차세대 먹거리로 유전자치료제 CDMO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지노모토 측은 "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의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증가하는 임상시험 수와 이에 따라 승인된 의약품 수 증가로 인해 촉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제조는 고급 기술 노화우와 특화된 제조시설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포지바이오로직스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의 원료가 되는 AAV와 플라스미드와 관련해 고품질의 대규모 생산시설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초기 임상 단계의 많은 바이오기업에 납품 실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외신보도에 따르면 포지 바이오로직스는 2020년에 설립돼 1년이 지나기도 전에 1억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인력을 3배로 늘렸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본사 및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생산시설이 있으며 현재 3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는 크라베병 치료제(FBX-101)와 희귀단일유전자 질환 치료제(FBX-201)를 개발해 임상도 진행하고 있는 신약개발회사다. 크라베병은 몸속에서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잘 나오지 않아 뇌가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희귀병이다. 지난 2월 FBX-101의 임상 1·2상 결과를 내놓으면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감칠맛 MSG 세계 최초 출시로 시장 석권...CJ제일제당과 특허 소송도

아지노모토는 일본의 아미노산과 조미료 기반 식품 대기업으로 130개 이상 국가 및 지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매출은 1조 3591억 엔(약 11조8400억원)에 달한다.

아지노모토는 1907년 스즈키 사부로스케 회장이 설립한 '스즈키제약'에서 시작됐다. 스즈키 사장은 회사 창립 후 1년 뒤인 1908년 이케다 기쿠나에 도쿄대 화학교수로부터 음식 맛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가루인 글루탐산나트륨, 즉 MSG 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초의 MSG 조미료를 출시했다.

아지노모토는 세계 조미료 업계의 선두주자로 군림하고 있다. 아지노모토는 2016년 CJ제일제당 등 CJ그룹 계열사 3사를 상대로 MSG 특허 침해 국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지노모토는 주력제품인 아미노산을 기반으로 한 세포배양배지 사업을 통해 한국에도 진출했다. 2012년 아지노모토는 한국의 제넥신과 75%, 25%를 각각 투자해 아지노모토제넥신을 설립했으며 2014년 10월 GMP 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제넥신은 올해 아지노모토에 지분 25%를 전량 매각하고, 아지노모토제넥신은 올해 11월 1일 사명을 아지노모토셀리스트코리아로 변경했다. 동물세포 배양배지 개발 및 제조, 배지 위탁생산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74조 CGT 시장 보고 SK, CJ, 차바이오 등 잇따라 CDMO 뛰어들어

바이오협회는 일본 식품대기업의 CDMO를 통한 바이오산업 진출이 2021년 CJ제일제당과 '닮은 꼴'이라고 소개했다. CJ제일제당도 2021년 11월 네덜란드 유전자치료제 CDMO기업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76%를 2677억원에 인수했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는 2010년에 설립된 회사로 바이러스 백신 및 벡터의 제조 공정개발에 독자적인 역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7월 천랩을 인수하며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반 차세대 신약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바타비아 인수로 글로벌 유전자치료 CDMO 시장에 진입하며 기존 레드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나라에선 SK그룹의 의약품 CDMO 기업인 SK팜테코, 차바이오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차바이오텍 등이 CGT CDMO시장에 진출해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2025~2026년 가동을 목표로 세계적인 규모의 시설을 짓고 있다.

SK팜테코는 최근 경영권을 인수한 미국 CGT CDMO업체 CBM에서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6만5000㎡급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2024년엔 세포치료제와 플라스미드 생산시설이 구축되고 2026년 모든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 SK팜테코는 2021년 인수한 프랑스 CGT CDMO업체인 이포스케시의 제2공장이 지난 6월 완공되면서 유럽 최대 수준(1만㎡)의 시설도 갖췄다.

차바이오텍은 한국과 미국에서 CDMO 공장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연면적 6만6115㎡ 규모로 착공한 첨단바이오시설 ‘셀진바이오뱅크(CGB)’가 내년말 완공될 예정이다. CGT, mRNA, 바이럴벡터(인체에 치료용 유전자를 주입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플라스미드 DNA를 한 건물에서 동시에 생산하는 글로벌 생산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 2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차바이오텍은 2019년부터 미국 자회사 마티카바이오를 통해 현지 CGT CDMO시장에 진출했다. 2공장이 완공되면 마티카바이오의 용량이 현재 500L에서 2000L까지 확대돼 2025년 연간 수주 3300억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CGT는 1세대 생물학적 제제·단백질 치료제, 2세대 항체의약품에 이은 3세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유전 결함으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을 1~2회 유전자 주입으로 완치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제다. 희귀병인 척수성 근육 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혈액암 치료제인 킴리아와 예스카타 등이 대표적인 CGT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 개발 중인 바이오 의약품의 절반이 CGT일 정도로 미래 바이오 먹거리로 꼽힌다.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74.7억 달러(약 10조원)에서 2026년 약 555.9억 달러(약 74조원)로 연평균 4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이벨류에이트파마)된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생산을 CDMO업체에 맡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1시 37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