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일부 법관 '공짜 호화여행' 논란 끝 윤리강령 채택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일부 법관들의 공짜 호화 여행 논란 끝에 자체적인 윤리 강령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법관들의 행동 강령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 윤리 강령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법원은 기타 사법부와 달리 구속력 있는 별도의 윤리 강령 없이 운영돼 왔다.

대법원은 "최근 수년간 대법관들이 다른 법관과 달리 스스로를 어떤 윤리 규범에도 구속되지 않는다고 여긴다는 오해를 받아 왔다"며 "이 같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윤리 강령을 명문화한다"고 밝혔다.

강령에는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금전적 영향으로부터의 독립 유지 등을 포함해 세부적인 행동 규칙이 명시됐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도덕성을 지닌 것으로 존중받아 온 대법관은 모두 9명으로 임명되면 본인이 사망하거나 사퇴하기 전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종신직이다.

최근 들어 일부 대법관들이 지인들의 후원을 받아 고가의 여행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즐기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텍사스의 부동산 사업가 할런 크로로부터 자가용 비행기 등을 이용한 호화 여행과 고가의 스포츠 경기 티켓 등 수십차례 편의를 제공받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는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임명된 흑인 대법관으로, 지난 1991년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취임해 현직 대법관 중에서 가장 오래 복무했으며, 보수적 색채가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보수 성향인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 역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와 2008년 알래스카로 낚시 여행을 떠난 사실이 밝혀져 구설에 휘말렸다.

이들 두 대법관은 모두 당시 법에 따라 개인적인 여행을 보고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대법원을 포함해 정부 고위 관료들은 매년 배우자를 포함해 자신의 금융 상태와 외부 소득을 신고해야 하지만 부처별로 규정은 상이하다.

판사들은 업무와 관련된 사람으로부터도 선물을 받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개인적 호의'의 경우 예외로 인정되며 그 범위는 명확하지 않아 '구멍'으로 지적돼 왔다.

미국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3명 임명하면서 '6대 3 보수 우위'로 재편된 뒤 현재 구조를 이어오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