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성지로 추진, 훼손된 곳도 정비"…내원사·통도사 "그냥 두자"
환경단체 '사업 반대' 피켓 시위…나동연 시장 "의견 더 듣겠다"
개발 vs 보존…유라시아 첫 일출 양산 천성산 해맞이사업 '삐걱'
경남 양산시가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관광 명소로 추진하는 천성산 해맞이 사업이 불교계와 환경단체 반발로 삐걱거리고 있다.

시는 관광 자원화 사업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훼손된 곳을 정비하는 성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그냥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맞서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산시는 13일 오후 양산비지니스센터에서 나동연 시장과 내원사, 통도사, 시 통합추진위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30분여간 '천성산 해맞이 관광자원화사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시의 천성산 해맞이사업과 관련한 의미와 설명회를 열기로 했던 취지와는 달리 시작부터 사업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비화했다.

특히 당초 사업지 내 땅을 두고 있는 양산 내원사 측의 반대가 강했다.

내원사 주지 지도 스님은 "그동안 많은 스님이 천성산을 지키려고 애를 썼고 지금도 그 산을 지키려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며 "땅 주인도 모르게 시가 사업설계까지 가져왔을 때 정말 크게 실망했다.

설계를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물의 산이라고 불리는 천성산 정상부가 훼손되면 결국 다른 곳이 훼손되는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도 "그동안 군부대로 훼손되고 최근에는 바이크 등으로 몸살을 앓는 천성산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이 맞겠다"며 "진정 양산의 상징이라면 천성산을 그대로 살리자는 의미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인 양산녹색환경연합 회원들도 이날 간담회장에서 천성산 해맞이 관광사업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반면 지역 시민 대표 등이 모인 양산시통합위원회 측은 사업추진을 통해 시민들이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천성산 해맞이가 필요하다며 시의 사업에 지지 의사를 전했다.

시민통합위 김영희 위원은 "자꾸만 사람들이 노령화되고 있는 시점에 걸어서만 천성산에 오를 수 없다"며 "시민들이 올바르게 개발한 관광 자원을 제대로 관리하면서 누리는 것도 당연한 권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나동연 시장은 "이 사업은 관광 자원화 사업을 뛰어넘는 원효대사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천성산을 보존하면서 성지화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전 군부대 등으로 훼손된 곳을 새롭게 정비하고 올바르게 생태환경을 보존, 관리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 시장은 "당초 사업지에 내원사 부지가 포함된 점을 확인하고 충분히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은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내원사를 따로 방문해서 의견을 더 듣겠다"고 말했다.

시는 당초 올해 연말까지 천성산 원효봉(해발 922m) 정상부인 양산시 평산동 산 171-2 일원에 사업비 5억원을 들여 천성산 해맞이사업(천성대)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불교계 등의 반발로 착공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개발 vs 보존…유라시아 첫 일출 양산 천성산 해맞이사업 '삐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