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33만원으로 서울살이"…정체 뭐길래 '인기 폭발' [긱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동산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는 연 단위도, 월 단위도 아닌 '주 단위' 주택 계약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주거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몇 주, 몇 달 살기를 원하는 단기임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인데요.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 플랫폼과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삼삼엠투 운영사 스페이스브이의 박형준 대표를 만나 사업모델과 창업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잠실새내역 근처 아담한 제 오피스텔 임대합니다. 탑층이라 층간소음이 없습니다. 1주 단위로 계약 가능합니다. 임대료는 1주일에 25만원이에요."
"집 이사 문제로 3주 정도 머물렀는데, 내 집처럼 잘 있다 갑니다. 편의점도 가까워 좋았어요."
부동산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을 주 단위로 빌릴 수 있게 만들었다. 사명은 10평 남짓의 원룸이나 오피스텔 공간을 뜻하는 33㎡에서 따 왔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유형이다. 주로 타지에 단기간 출장이나 파견을 온 직장인이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또는 리모델링 등 수리로 짧은 기간동안 집을 쓸 수 없게 된 사람들이 플랫폼을 이용한다.
"보증금 33만원... 4주만 살아보실래요?"
한경 긱스(Geeks)와 만난 삼삼엠투 운영사 스페이스브이의 박형준 대표(사진)는 "단기임대 시장은 언제나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이 지점을 붙잡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박 대표는 이 지점을 잡기 위해 '주 단위' 계약 방식을 내놨다. 통상 2년씩 계약하는 전·월세 시장과 다른 점이다. 최소 1주, 최대 12주까지 집을 빌릴 수 있다. 1개월~3개월 정도의 거주 수요가 많은 점에 주목했다. 보증금은 딱 33만원만 내면 된다. 일종의 사글세 개념을 양지로 가져왔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삼삼엠투 플랫폼 안에서 철저히 비대면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부동산을 끼지 않는다. 집주인이 플랫폼에 매물을 등록하면 세입자가 둘러본 뒤 플랫폼 안에서 계약을 하는 식이다. 박 대표는 "삼삼엠투 플랫폼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보관하고 있다가 입주가 확인되고 계약이 이행되면 집주인에게 대금을 지불한다"며 "매물을 전수조사해 부동산 사기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단기로 사는 세입자가 임대인의 집을 망가뜨리는 경우는 많이 없을까. 박 대표는 "자체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파손 등 사고 발생율은 0.3% 이하로 나타났다"며 "구조적으로 임대 기간이 짧으면 집주인이 빠른 시간 안에 집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통상 단기 거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호텔, 모텔 같은 숙박업소나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플랫폼을 찾는다. 박 대표는 "숙박시설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 한 달에 180만~200만원이 들기 마련이지만, 단순히 집만 빌리는 형태의 단기임대로 거주지를 찾으면 50%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일반적인 월세 계약과 비교하면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함께 1000만원이 넘는 보증금을 아낄 수 있는 건 덤"이라고 했다.
공유숙박 플랫폼과의 결정적 차이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여부다. 실제로 에어비앤비의 매물 중 90%가량은 불법이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정식 등록되지 않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숙박시설로 활용하면 처벌받는다. 회사는 숙박시설이 아닌 '주택'의 개념으로 접근해 부동산 시장에 주목했다.
출시 4년차인 지금 삼삼엠투를 통한 누적 앱 다운로드는 80만 건, 거래액은 2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엔 월 거래액 30억원을 넘어섰다. 플랫폼 안에 올라와 있는 매물은 5600개 수준이다.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해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박 대표는 "삼삼엠투를 통해 이뤄진 계약은 2만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퇴사한 뒤 창업 길로
창업자인 박 대표의 꿈은 어린 시절부터 명확했다. 무조건 사업을 하고 싶었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또래 친구들과는 남달랐다. 친구들과 식당이나 당구장에 놀러 가면 임대료는 얼마일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는 얼마일지, 테이블을 하루에 몇 번이나 순환할 수 있을지 등이 궁금해 사장님께 슬쩍슬쩍 물어보기도 했다. 나중엔 물어보지 않고도 이 건물 월세가 얼마일지 어느 정도 알아맞힐 수 있는 지경이 됐다.1990년대 후반, 고교 시절 그린 첫 창업 아이템은 라면 가게였다. 엄청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특색 있는 라면이 없었으니, 이걸 만들어보기로 했다. 저렴한 번화가 골목에 4~5가지 종류의 라면을 파는 가게를 차리고 싶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고등학생이 보는 세상이 딱 그정도였기 때문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재료비 200원을 들여 고급화하면 2000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수능을 망치면 바로 가게를 차리려고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능을 잘 봤다. 연세대 도시공학과에 진학했다. 열심히 놀았다. 4학년이 되자 오히려 창업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었다. 창업에 뛰어들 실력도 용기도 없었다고 했다. 취업준비를 해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리스크를 조사하는 일을 했다.
4년 정도 일한 뒤 다시 창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나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 나서는 뒤돌아보지 않고 퇴사했다. 도시공학 전공을 살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보조 직원으로 들어가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몇 달 일한 뒤엔 꽤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다. 이후 딱 2주 만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그 뒤엔 부동산 경매 전문가인 이주왕 교수와 함께 일했고, 부동산 스타트업 홈즈컴퍼니에 몸담기도 했다.
무대 확장... "1위 사업자 굳히기 목표"
스페이스브이의 법인을 차린 건 2018년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단기임대 수요가 항상 많았지만 강남 정도를 제외하면 집주인이 단기로 세를 놓는 경우는 없었던 점을 유심히 봤다. 특히 지역적인 특징을 강하게 갖는 부동산 시장에 대기업이 쉽게 뛰어들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창업 가능성을 엿봤다. 폭발적인 수요를 비대면 계약 방식으로 감당하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자신이 있었다. 삼삼엠투가 탄생한 배경이다.박 대표는 단기임대 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워케이션·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주거 문화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그는 "내년엔 연 거래액을 지금보다 6배 늘리는 게 목표"라며 "단기임대, 나아가 비대면 부동산 계약 플랫폼 업계에서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멀리 도망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월세나 연 단위 계약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채용에도 나선다. 지금 20여 명인 인력을 내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대교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 자금도 유치했다. 새롭게 시리즈A 투자 라운드도 열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