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이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이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최근 고금리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투자자들도 채권을 향한 관심이 늘고 있다. 장이 좋을 때는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지만 증시가 안 좋을 때는 채권 수익률이 좋아 주식의 손실을 만회해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은 기관 투자자들만의 투자 대상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채권 투자는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이 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은 지금까지 한국이 너무 낮은 금리에 머문 탓에 채권 투자가 개인들 사이에서 활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10년 전으로 돌아가면서 개인 고객들도 처음으로 채권을 학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도 어려운데 쉽게 생각하는 이유는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있어 심리적 장벽이 없기 때문"이라며 "얼마나 어렵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해봤냐가 중요하기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식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처음부터 변동성이 큰 바이오주부터 투자하지 않듯이 채권도 처음에는 변동성이 크지 않은 단기채 위주로 투자해보는 것이 좋다"며 "지금 어떤 채권을 사야하냐는 질문보다 초심자의 입장에서 짧은 만기의 채권투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채권 가격의 핵심은 경기 속도…코로나 이후 변동성↑"

강승원 연구원은 올해 10년차를 맞은 채권 전문가다. 2014년 신한투자증권에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2016년 NH투자증권으로 이직해 현재는 채권전략 팀장을 맡고 있다.

강 연구원은 "주식 애널리스트가 주가를 전망하고 목표주가를 제시하듯이 채권 담당 연구원도 금리의 방향을 전망하고 가격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채권에 대한 미신 같은 것 중 하나가 채권은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안전 자산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가증권인 국채를 사면 안전자산이 맞지만 보통은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하기 때문에 완벽한 안전자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채권 가격의 매커니즘은 주식과 같지만 경기가 어떤 속도로 가는지가 채권의 핵심"며 "비싼 가격에 팔면 수익인 것이고 아니면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주식보다 변동성이 작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오히려 변동성이 커졌다. 2018~2019년 시기에는 국내 채권시장도 이론적으로 잘 움직였는데 작년과 올해는 풀린 돈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예측이 어려워졌다는게 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작년 같은 경우에는 저를 비롯해 미국 중앙은행(Fed), 한국은행도 물가 전망이 2배 이상 틀렸었는데 이는 애초에 모델이 잘못됐거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는 것 중에 후자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 이후에 엄청나게 풀려있던 돈으로 인해 기존에 알고 있던 모델로 경제 전망을 하는 게 어긋났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12월 FOMC도 금리 동결 예상…본격 긴축 효과 내년 1분기 확인될 것"

강 연구원은 Fed의 긴축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본격적인 긴축 효과는 내년 1분기에 확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시장에서는 내년 인하 기대가 훨씬 많이 반영되는 분위기였다"며 "최근 한 달 동안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 효과가 실물 시장에 전달되기 시작했고 경기 둔화 역시도 내년 1분기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Fed가 올해 마지막인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는 내년 2분기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물가가 여전히 잡히지 않으면서 Fed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 긴축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강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긴축은 금융시장이라는 경로를 통해서 실물 시장을 긴축시키게 된다.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추가 인상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금융시장이 이를 선반영한다. 긴축이 되면 인상 없이도 인상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1분기부터 긴축의 효과와 유동성 긴축의 효과가 접합되면서 시장이 느끼는 긴축 강도가 최고점에 이를 것"이라며 "Fed의 스탠스가 바뀔 시점은 내년 6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부터 금리 인하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이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이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지금이 채권 투자 적기…美 단기채, 韓 장기채 추천"

강 연구원은 금리를 전망하는 기준은 성장, 물가, 기타요인 등 총 세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중 전망이 가장 어려운 것은 기타요인인 '수급'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돈을 얼마나 써야할지 모를 때가 제일 걱정"이라며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내년 미국 대선 때는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할지에 대해서는 전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연구원은 올해보다 내년 증시가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호재든 악재든 미리 알고 있으면 대응이 가능하다"며 "내년은 사이클 방향성이 뚜렷하게 잡힐 것으로 예상돼 1분기가 긴축 스트레스가 가장 높고 2분기에는 변곡점이 있을 분위기도 보여 올해보다는 명료한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강 연구원은 지금이 채권 투자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도 실적 발표 나기 전에 미리 전망하고 사야되는 것처럼 내년 1분기에는 지표 둔화가 확인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채권 포지션을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연구원은 1억원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투자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반은 미국 단기채에, 나머지 절반은 한국 장기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하고 변동성 대비 수익 관점에서 보면 미국 단기채, 한국 장기채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금리 인하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단기채가 워낙 매력적으로 보이고 한국은 잠재성장률이 하락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여 그 부분 수혜를 볼 수 있는 장기채 투자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강 연구원은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Fed의 긴축 효과가 실제로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에 대한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타임 아웃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금융시장에서 조금은 신중하게 움직여야 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