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책 대응에 전념"…日언론 "정치·외교 일정도 영향…내년 봄 이후 유력"
개각·감세에도 지지율 추락에…기시다, 연내 국회 해산 '단념'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내 중의원(하원) 해산과 총선거를 단념할 의향을 굳혔다고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 등이 9일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9월 이후 대규모 개각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를 실행하고 소득세 감세를 추진했지만, 내각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자 결국 연내 중의원 해산을 보류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연내 중의원 해산 관련 기자 질문에 "우선은 경제 대책, 미룰 수 없는 과제를 하나씩 일의전심(一意專心)으로 대응하겠다.

그것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올해는 해산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0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새로운 경제정책의 재원으로 투입될 추가경정예산안을 결정하고, 이를 내달 13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키는 데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국회는 임기가 6년인 참의원(상원)과 임기 4년의 중의원으로 구성된다.

참의원은 임기가 보장되지만, 중의원은 총리가 언제든 해산할 수 있다.

중의원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으로, 잘 사용하면 권력 기반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어 '전가의 보도'로 불리기도 한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6월께 소득세와 주민세를 합해 1인당 4만엔(약 35만원)씩 세금을 줄여주는 감세를 실시하겠다고 지난달 하순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더 떨어졌다.

교도통신이 지난 3∼5일 1천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4.0%포인트 하락한 28.3%를 기록했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정권 내각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이후 처음이었다.

이 조사에서 기시다 정권의 경제 정책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견해는 62.5%에 달했다.

기시다 총리는 세수 증가분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내년에만 감세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방위비 조달을 위한 증세 방침과 감세가 상충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가 지난 개각 당시 임명한 차관급 인사 두 명이 불륜과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여론은 더욱 나빠졌고, 일각에서는 퇴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은 이날 외신 간담회에서 "기시다 정권의 고물가 대책이 너무 늦었고, 감세에 대한 국민 반응이 상당히 떨떠름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역사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기시다 총리가 올해 중의원을 해산할 확률이 더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매우 낮은 지지율과 함께 연말까지 빡빡한 정치·외교 일정도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미루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짚었다.

기시다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15∼19일 미국을 방문하고, 이달 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다음 달 16∼18일에는 도쿄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특별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이달 말에 중의원을 해산하면 12월 17일이나 24일에 투표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이때 선거를 치르면 내년도 예산안을 연내에 편성하기 어려워진다"며 "경제를 우선시한다는 정권 방침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중의원 해산 시기는 2024회계연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인 내년 봄 이후가 유력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임금 상승을 실현한 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에 총선거를 실시해 승리한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해산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