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에 유감 표명…"악습 뿌리 뽑겠다" 강경 입장
"명분없는 지하철 파업에 타협 없다"…서울시, 조속한 복귀 촉구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9일 파업에 돌입하자 서울시가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한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또 시는 '타협 없는 원칙 대응'을 강조하며 "이번 기회에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악습을 뿌리 뽑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전날 연합교섭단과 사측의 최종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단 연합교섭단의 한 축을 이루는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파업에 불참했다.

시는 9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노조가 공사의 경영혁신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시는 해당 계획이 노조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강제적 구조조정 계획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사는 경영혁신계획에 따라 2026년까지 2천212명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301명(완료), 2022∼2023년 383명, 2024년 341명, 2025년 486명, 2026년 701명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연차별로 퇴직 인원이 발생하면 단계적인 업무 재설계 등을 통해 정원을 조정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시는 설명했다.

또 올해 말 기준 공사의 누적적자가 18조4천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자구 계획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명분없는 지하철 파업에 타협 없다"…서울시, 조속한 복귀 촉구
시 관계자는 "이번 노사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된 것은 경영 효율화"라며 "공사가 추진하는 경영 효율화는 시민 안전이나 공사의 핵심업무와 관련성이 낮은 인력을 자회사 등에 위탁하고 퇴직자가 있으면 채용을 하지 않고 정원을 자연 조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당 조리원, 목욕탕 관리사, 이발사 등 후생지원 인력이 대표적 사례"라며 "2026년까지 목욕탕 관리사 10명, 이발사 12명, 식당 조리원 135명을 자회사에 맡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과거 서울시 '노동존중특별시 서울2단계 특별대책'에 따라 시민 안전과 직접 연관이 없는 업무까지 정규직 전환이 돼 정원이 늘어났다고 시는 설명했다.

공사 양대 노조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 삼았다.

시가 올해 9월 발표한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 감사 결과를 보면 공사 노조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인 32명을 훨씬 초과한 311명이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출근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A역에 근무하는 한 노조 간부는 10개월간 단 한 차례도 출근하지 않았다.

상습적으로 근무지에 출근하지 않고 당구장이나 술집 등 유흥업소를 다니거나, 노조 활동을 한다고 출근하지 않은 채 바닷가에서 서핑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는 이런 사례를 열거하며 "노조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현장 근무 인력 부족 사태까지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대한 자정 노력 없이 경영혁신 거부, 대규모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며 엄청난 시민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는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가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점,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에 파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점 등을 강조하며 "파업을 놓고 노조 간 이견이 표출된 만큼 직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에 따르면 공사는 노조의 이번 파업 강행으로 실무 교섭과정에서 작성된 합의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시는 "합의안에는 현장 안전인력 충원을 위한 신규 채용, 불합리한 임금 잠식구조 해소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며 "이에 따라 공사는 하반기 예정이었던 신규 채용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명분 없는 파업을 즉시 철회하고, 천만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있도록 업무 현장에 복귀해달라"며 "시의 경고에도 파업을 이어 나가 시민 불편을 끼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경고파업 참가자는 1천400여명으로 근무인원 대비 참가율은 약 18%라고 공사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