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 빠진 이차전지 산업, 내년도 어렵다"
교보증권은 10일 이차전지 산업 리포트를 통해 업체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부진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EV) 수요가 둔화하고, 하락한 원자재 가격에 따라 판가가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또 원가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으로 마진 스프레드가 악화했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내년을 '훌륭한 제품이 대중성을 확보하기까지의 침체기'를 뜻하는 '캐즘(Chasm)'의 시대라고 지칭했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돌았다. 삼성SDI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어든 4960억원이었다.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영업이익도 524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36% 감소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과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효과로 미국 시장은 올해도 전년 대비 유사한 성장세"라며 "중국 시장은 성장세가 작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 둔화폭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에서도 주요 국가들이 보조금을 축소하며 전기차 수요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락한 광물 가격에 따라 배터리 평균 판매가격도 내려간 상황"이라며 "중국 배터리 시장의 월간 누적 재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도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 정체기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혁신 기술에 거부감을 갖는 대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캐즘'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서다. 최 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전기차 판매량 둔화 지속 △가격과 충전 시간 등 주행거리 허들 △패권 경쟁에 따른 광물 수급과 국가별 상이한 제도 지원 문제 △미 자동차 노조 파업 △미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다만 최 연구원은 전기차 가격이 일정 수준 하락하면 이차 전지 실적 부진이 해소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내년 2분기부터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나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갈 거라는 예측이다.

그는 "중저가 배터리나 신규 폼팩터(제품의 물리적 외형)가 개발되면 전기차 가격은 더 하락할 것"이라며 "현재 부진을 극복하려면 전기차 수요의 3분의 2인 초기 차량 구매자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차량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별로 가속화되고 있는 충전 인프라 설치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