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제작된 '어른 김장하'…"어른의 의미 재발견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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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방송 다큐로 반향 일으킨 작품…15일 개봉
"이 작품의 제목을 정할 때 '어른'이란 단어가 가부장적인 게 아닌가, '꼰대' 같이 나쁜 의미가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른은 사실 나쁜 의미가 아니었던 거죠. 진주의 한 관객은 '어른이 이렇게 푸근한 단어, 기대고 싶은 단어라는 걸 재발견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
경남 진주에서 약 60년 동안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남몰래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눠준 김장하(79) 선생의 삶을 조명해 큰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김현지 감독은 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른 김장하'는 MBC경남의 PD이기도 한 김 감독이 방송용으로 제작해 지난해 말 방영한 다큐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아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공개됐다.
미공개 클립을 추가하는 등 편집을 거쳐 영화로 제작돼 오는 15일 개봉한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개봉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며 "성공적으로 개봉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털어놨다.
'어른 김장하'는 김 감독과 경남도민일보 기자 출신 김주완 작가의 공동 취재로 이뤄진 결실이다.
김 작가는 30년 전 기자 시절 김 선생을 취재하려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2021년 김 감독이 김 작가에게 다큐 제작을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공동 취재가 시작됐다.
이 작품은 30년 만에 김 선생의 인터뷰를 시도하는 김 작가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김 작가는 김 선생의 한약방을 찾아가 이것저것 묻지만, 선생은 자신의 선행이 드러날 만한 질문만 나오면 입을 닫아버린다.
결국 인터뷰를 포기한 김 작가는 김 선생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찾아간다.
이른바 '주변 취재'에 나선 것이다.
김 선생이 선뜻 내준 돈으로 대학에 다닌 장학생, 선생의 기부로 운영된 지역 신문사, 서점, 시민단체, 극단 등에 속한 사람들의 증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김 선생은 돈을 내주면서도 훈계 같은 걸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사연을 끝까지 묵묵히 들었다.
김 작가는 "선생님은 장학금을 주면서도 '공부 열심히 해라', '훌륭한 사람이 돼라' 이런 주문조차도 하지 않았다"며 "제가 선생님의 삶과 태도에서 가장 많이 영향받은 것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과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남에게 도움을 주고 나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김 선생의 마음은 "줬으면 그만이지, 보답받을 이유가 없다"는 그의 말에 집약돼 있다.
김 선생의 장학생 중에는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도 있다.
이 작품엔 문 재판관이 고교 시절 김 선생을 찾아가 장학금을 받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김 선생은 문 재판관에게 "이 사회의 것을 네게 줬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아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이날 시사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김 감독이 시사회 얘기를 꺼냈더니 선생은 "저는 안 갑니다, 왜 가나요"라며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한다.
시사회엔 김 감독과 김 작가 외에 선생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 선생의 장학생으로 지금은 증권사에서 일하는 김종명 씨는 "남이 제게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한 일"이라며 "그렇게 (장학금을) 받고 나니 '이런 세상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장학생인 정경순 씨는 김 선생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돈을 보내려고 했다가 "너나 잘 살아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을 떠올리며 "제겐 부모님 같고, 아주 큰 오빠 같고, 큰 나무 같은 어른"이라고 털어놨다.
김 선생은 남에겐 한없이 베풀면서도 자신에겐 엄격했다.
다큐는 오래돼 다 닳은 옷을 입고, 수십 년 동안 같은 찻잔과 방석을 쓰는 김 선생의 검소한 모습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약간 구부정한 몸으로 종종걸음을 하듯 걸어가는 김 선생의 뒷모습을 자주 비춘다.
이기주의에 빠져 남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을 만큼 각박해진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선생의 뒤를 한 번이라도 따라 본다면 어떻겠냐고 말하는 듯하다.
김 감독은 시사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요즘 인터넷을 하다 보면 우리가 사랑해온 단어들이 오염되는 것 같아 너무 슬퍼요.
단어의 뜻이 원래 뜻과 다르게 사용되는 거죠. 김장하 선생님은 어른이란 단어를 원래 의미로 되돌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 /연합뉴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른은 사실 나쁜 의미가 아니었던 거죠. 진주의 한 관객은 '어른이 이렇게 푸근한 단어, 기대고 싶은 단어라는 걸 재발견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
경남 진주에서 약 60년 동안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남몰래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눠준 김장하(79) 선생의 삶을 조명해 큰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김현지 감독은 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른 김장하'는 MBC경남의 PD이기도 한 김 감독이 방송용으로 제작해 지난해 말 방영한 다큐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아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공개됐다.
미공개 클립을 추가하는 등 편집을 거쳐 영화로 제작돼 오는 15일 개봉한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개봉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며 "성공적으로 개봉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털어놨다.
'어른 김장하'는 김 감독과 경남도민일보 기자 출신 김주완 작가의 공동 취재로 이뤄진 결실이다.
김 작가는 30년 전 기자 시절 김 선생을 취재하려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2021년 김 감독이 김 작가에게 다큐 제작을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공동 취재가 시작됐다.
이 작품은 30년 만에 김 선생의 인터뷰를 시도하는 김 작가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김 작가는 김 선생의 한약방을 찾아가 이것저것 묻지만, 선생은 자신의 선행이 드러날 만한 질문만 나오면 입을 닫아버린다.
결국 인터뷰를 포기한 김 작가는 김 선생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찾아간다.
이른바 '주변 취재'에 나선 것이다.
김 선생이 선뜻 내준 돈으로 대학에 다닌 장학생, 선생의 기부로 운영된 지역 신문사, 서점, 시민단체, 극단 등에 속한 사람들의 증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김 선생은 돈을 내주면서도 훈계 같은 걸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사연을 끝까지 묵묵히 들었다.
김 작가는 "선생님은 장학금을 주면서도 '공부 열심히 해라', '훌륭한 사람이 돼라' 이런 주문조차도 하지 않았다"며 "제가 선생님의 삶과 태도에서 가장 많이 영향받은 것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과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남에게 도움을 주고 나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김 선생의 마음은 "줬으면 그만이지, 보답받을 이유가 없다"는 그의 말에 집약돼 있다.
김 선생의 장학생 중에는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도 있다.
이 작품엔 문 재판관이 고교 시절 김 선생을 찾아가 장학금을 받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김 선생은 문 재판관에게 "이 사회의 것을 네게 줬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아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이날 시사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김 감독이 시사회 얘기를 꺼냈더니 선생은 "저는 안 갑니다, 왜 가나요"라며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한다.
시사회엔 김 감독과 김 작가 외에 선생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 선생의 장학생으로 지금은 증권사에서 일하는 김종명 씨는 "남이 제게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한 일"이라며 "그렇게 (장학금을) 받고 나니 '이런 세상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장학생인 정경순 씨는 김 선생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돈을 보내려고 했다가 "너나 잘 살아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을 떠올리며 "제겐 부모님 같고, 아주 큰 오빠 같고, 큰 나무 같은 어른"이라고 털어놨다.
김 선생은 남에겐 한없이 베풀면서도 자신에겐 엄격했다.
다큐는 오래돼 다 닳은 옷을 입고, 수십 년 동안 같은 찻잔과 방석을 쓰는 김 선생의 검소한 모습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약간 구부정한 몸으로 종종걸음을 하듯 걸어가는 김 선생의 뒷모습을 자주 비춘다.
이기주의에 빠져 남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을 만큼 각박해진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선생의 뒤를 한 번이라도 따라 본다면 어떻겠냐고 말하는 듯하다.
김 감독은 시사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요즘 인터넷을 하다 보면 우리가 사랑해온 단어들이 오염되는 것 같아 너무 슬퍼요.
단어의 뜻이 원래 뜻과 다르게 사용되는 거죠. 김장하 선생님은 어른이란 단어를 원래 의미로 되돌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