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8일 오후 5시

카카오그룹이 경영 위기를 맞으면서 주요 카카오 계열사가 3조원 넘게 유치한 투자금 처리 방안이 투자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재팬은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사모펀드(PEF), 해외 국부펀드 등에 일정 기간 경과 후 기업공개(IPO)를 약속하고 3조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주가 조작 등에 대한 검찰 수사, 은행업 포기 가능성, 분식회계 감리, 카카오택시 사업 구조 재편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IPO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1~2년 뒤부터는 투자자들이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를 상대로 원금을 돌려받기 위한 분쟁을 시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PO 약속하고 3조원 투자받아

상장 약속하고 받은 투자금 3.2조…카카오 토해낼 위기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재팬 등 카카오그룹 내 3개 주력 비상장사는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3조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대부분 적자를 보거나 매출이 미미했음에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여서 일정 기한 내 IPO를 약속한 덕분이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1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및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총 1조1540억원(지분율 총 10.2%)을 유치했다. 1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홍콩계 PEF인 앵커PE에서 2016년과 2021년 3348억원을 투자받은 상태였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2017년 창업 시기 TPG컨소시엄은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를 1조6300억원으로 평가하고 5000억원을 투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2~6월엔 3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칼라일에서 2200억원, 구글에서 565억원, TPG컨소시엄과 국민연금에서 1400억원을 받았다. 그해 7월엔 기업가치 4조9300억원을 평가받아 ㈜LG에서 1000억원, GS그룹에서 95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 TPG컨소시엄이 대신증권에 700억원가량어치의 소수 지분을 팔 때 기업가치는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카카오의 일본 웹툰 자회사인 카카오재팬도 2021년 8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로 앵커PE에서 6000억원을 받았다.

투자금 회수 분쟁 불거질 가능성

카카오 계열사가 막대한 자금을 흡수한 원동력은 IPO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받은 뒤 IPO에 성공하자 투자자들도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섰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올해 초 카카오엔터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드러나자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주요 계열사의 IPO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인식을 둘러싼 분식회계 논란에도 휩싸여 위법이 확정되면 IPO가 무산될 우려가 제기된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이유다.

약속한 IPO가 기한 내 이행되지 않으면 투자금은 막대한 빚으로 돌아오거나 회사와 주주 간 분쟁으로 이어진다. 카카오 계열사는 투자자 러브콜이 쏟아져 상대적으로 유리한 계약 구조를 맺었지만 1~2년 후부터는 투자자와의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IB업계의 설명이다. 카카오엔터는 GIC와 PIF에서 투자받을 때 IPO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일부 경영 실패로 IPO에 실패하면 투자자가 지분을 팔 수 있는 풋옵션(페널티풋) 조항을 넣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회사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4년 내에 IPO를 추진하도록 조항을 맺었다. 이후에도 IPO에 실패하면 이사회 밑에 IPO추진위원회를 두고 투자자들이 위원회 구성에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뒀다.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IPO가 지연될 경우 TPG컨소시엄은 경영진 교체 등 일정 정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와 카카오재팬에 투자한 앵커PE는 IPO 기한을 약속받지 않았지만 첫 투자 후 7년이 경과하면서 펀드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점이 변수다. 펀드 청산을 앞두고 카카오 측과 앵커PE 간에 원금 상환을 놓고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한 PEF 대표는 “결국 카카오와 계열사들이 최근 잇따르는 악재를 해소하고 향후 몇 년간 어떻게 기업가치를 회복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