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통합신고대응센터 개소 3개월…"범죄추세 분석·맞춤 조치"
"보이스피싱 같아요" 신고·대응 112 통합하니 하루 1천건 상담
#1. A씨는 검사와 금융감독원 과장이라는 발신인에게 '은행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은행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하라'는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이 의심돼 112에 신고했다.

A씨와 연결된 정부 상담원은 통신사와 은행에 연락해 소액결제 차단, 번호도용 차단, 일괄 지급정지 등의 조처를 했다.

후속 상담을 위해 A씨에게 6차례나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자 추가 피해를 우려한 센터 측은 112에 신고자 위치추적을 요청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A씨에게서 4천만원의 현금을 건네받으려던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을 검거했다.

#2. B씨는 자신을 검찰 수사관으로 소개하며 '도용된 명의가 금융사기에 활용돼 구속영장이 나왔다.

공범을 잡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전화를 받았다.

B씨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자 이번엔 검사라는 인물에게 전화가 와 '체포할 테니 ○○호텔로 가 있으라'고 했다.

두려움에 호텔에서 대기하던 B씨는 112 신고 후 정부 상담원이 안내한 대로 가까운 경찰서로 이동해 피싱 범죄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귀가했다.

112 전화 한 통으로 피싱 범죄 신고부터 피해구제 절차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설립 후 해결한 사건들이다.

센터는 7월20일 개소 후 약 2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달 4일부터 정식 운영 중이다.

서울 종로구 경찰청 교육장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경찰청·금융감독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방송통신위원회 파견 인력과 통신3사 직원 총 32명이 함께 근무한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관이 출동해 초동 조치 후 센터에서 인계받아 피해구제, 범행수단 차단, 추가 피해 예방 등의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조치가 잘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상담과 심리 상담도 한다.

"보이스피싱 같아요" 신고·대응 112 통합하니 하루 1천건 상담
8일 오전 11시30분께 기자가 찾은 센터에서는 20여명의 상담원 중 절반가량이 실시간 응대 중이었다.

사무실에 걸린 모니터 화면에는 오전 9시 업무 시작 이후 2시간 30분 동안 보이스피싱 109건을 포함해 총 306건의 사기 신고가 들어왔다고 표시됐다.

개소 후 센터에서 처리한 신고·상담 건수는 총 4만152건, 일평균 1천116건이다.

종류별로 구분하면 보이스피싱(3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미끼문자(25%), 스미싱(13%), 단순상담(21%) 등이 뒤를 이었다.

신고창구를 일원화한 9월 18일부터 10월 27일까지 신고·상담 건수는 2만1천540건으로 같은 기간 피해사건(1천543건)의 14배에 달했다.

센터 설립 전후 전화번호 이용 중지 대상은 월평균 8천500건에서 1만534건으로 1.2배 증가했다.

김혁진 센터 준비팀장은 "피싱에 노출된 모든 국민이 제보하지는 않아 전체 범죄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최소 14배 이상의 미수 범죄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신고 자료를 저장·분석해 범죄 추세를 파악하는 데도 활용한다.

예컨대 최근 들어 스미싱은 건강보험공단 사칭 유형이 많아진 반면 연금공단 사칭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연령대별로 취약한 사기 유형은 20대 범죄 연루 사기 및 휴대전화 소액결제, 40∼50대 금융기관 사칭, 60대 이상 지인 사칭으로 조사됐다.

30대는 피해 비중이 전체의 6.3%로 가장 낮지만 평균 피해금액은 1천868만원으로 최대였다.

경찰청은 내년에 센터 상담인력을 늘리는 한편 일기 예보처럼 피싱 범죄 예·경보가 가능하도록 유관기관 간 실시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통합대응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50억원을 편성했다.

보이스피싱 외 다양한 사기 범죄까지 통합 대응하고자 내년 하반기 '사기정보분석원' 설치도 추진한다.

분석원 설치 근거를 담은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안이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주도로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