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심층해부] 멀어지는 평화, 성장하는 방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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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방위비 GDP 4.2%에서 1.9%로 반 토막
B2G 방위산업 예산 반영 본격화
방위비 GDP 4.2%에서 1.9%로 반 토막
B2G 방위산업 예산 반영 본격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세계화’가 끝나고 ‘탈세계화’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중 무역 갈등부터 시작된 ‘탈세계화’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더해지며 지정학적 위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북한의 도발과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가능성도 지속 제기되고 있어 동북아시아의 평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70년 휴전이라는 특수성 가운데 성장한 한국의 방위산업 기업들은 지난해 124억달러 규모의 폴란드 수출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계 수출 점유율 1%에도 미치지 못했던 K 방산의 점유율은 현재 9위(2.4%)로 2027년 점유율 5%의 4대 수출국을 향해 진군 중이다. 레드백 장갑차의 호주 진출과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천무 그리고 25년 미국 고등훈련기 등의 수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80년대 양호한 품질과 가격경쟁력 그리고 생산 속도라는 3대 드라이버로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올려놓은 IT,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유사하다.
거시적으로 분석해보면 전 세계의 GDP 대비 국방지출은 91년 4.2%에서 지난해 1.9%대로 절반 아래로 감소하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의 방위산업 생산능력 감소는 눈에 띄는 대목이다. 헝가리가 주문한 독일의 레오파르트 탱크는 5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적시에 공급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반면에 현대로템의 K2 전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한국항공우주의 FA50 공격기는 수출계약 후 1년이 채 안 되어 폴란드 땅을 밟았다. 또 현지 공장설립을 통하여 주변국으로의 수출 확장을 위한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5종목으로 압축된다. 동 종목들을 집중 투자하는 ETF는 ‘ARIRANG K방산Fn’, ‘ARIRANG 항공우주&UAM iSelect’, ‘TIGER 스페이스테크’가 있다. 이중 두 개가 항공우주 산업을 대표하는 ETF다. 이제 전쟁에서 인공위성과의 연계는 필수가 되었으며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도 방위산업에 속한 기업들인 것이다. 글로벌 방위산업 수출시장에서 대표기업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다. 고고도 미사일 사드(THAAD)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의 제조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방위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단지 대형 우량주일 뿐이다. 지난 10년간 방위산업 수출 성장율을 보면 미국은 14%였지만 한국은 74% 증가하며 10위권 국가 중에서는 성장률 1위를 기록하였다. 성장주는 한국의 방위산업 주식이라는 의미다. 록히드마틴의 시가총액은 146조원이다. K 방산 5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18.7조원으로 록히드마틴의 1/8수준이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방위산업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B2G(Business To Government) 사업이다. 사업검토에만 1~2년이 소요되며 의회심의를 거쳐 정부예산에 포함된 후 집행된다. 미국과 유럽의 방위조약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제시하는 국방비 지출은 GDP의 2%이다. 그러나 29개국 중에서 2%를 만족하는 국가는 7개뿐이다. 그나마 21년 2개에서 늘어난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이 시작된 지 아직 2년이 지나지 않았다. 30년 동안 줄여온 국방예산의 확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얼마 전 상영한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과학자들이 핵무기를 만들게 된 동기 중의 하나는 평화 유지였다. 평화는 강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다. 언젠가는 전쟁이 멈추겠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의 방위비 지출 확대는 장기 추세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