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오름테라퓨틱 제공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오름테라퓨틱 제공
오름테라퓨틱이 다국적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에 임상 1상 단계의 백혈병 치료 후보물질을 1300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기술이전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후보물질 기술이전으로 받는 계약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오름테라퓨틱은 BMS에 후보물질 'ORM-6151'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계약금은 1억 달러(약 1297억원)이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1억8000만 달러(약 2334억원)이다.

BMS는 오름테라퓨틱에 계약금 지급을 마쳤다. 계약 중도 해지나 개발 실패 등의 경우에도 오름테라퓨틱은 반환할 의무가 없다.

ORM-6151은 오름테라퓨틱의 항체 기반 단백질 분해제(TPD) 개발 플랫폼으로 개발된 후보물질이다. 골수성 백혈병(AML) 및 고위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후보물질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항체 기반 단백질 분해제는 최근 항암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구조가 유사하다. ADC는 암세포 표면에 흔한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에 독한 화학항암제를 연결한 구조다. 항체가 항원과 결합했을 때만 화학항암제가 방출되도록 해 국소적으로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다. 화학항암제의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효능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의 항체 기반 단백질 분해제는 화학항암제 대신 그 자리에 단백질 분해제를 붙였다. 암세포의 발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키 단백질’을 제거하는 분해제를 이용했다. ORM-6151은 골수세포 표면에서 자주 발견되는 CD33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항 CD33)에 백혈병 발달과 관계가 있는 ‘GSPT1’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분해제를 결합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BMS는 단백질 분해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항암제 분야의 글로벌 리더”라며 “이번 계약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²)’의 기술 잠재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오름테라퓨틱이 BMS와 체결한 계약 구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름테라퓨틱은 계약금 1억 달러를 받고 ORM-6151에 대한 모든 권한을 BMS 측에 넘겼다. 오름테라퓨틱이 추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단계별 기술료 8000만 달러가 전부다. 임상개발에 성공해 신약으로 출시되더라도 별도 로열티를 받지 않는 구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은 최소화하고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비중을 높여서 기술이전한 것은 이례적인 계약 방식"이라며 "오름테라퓨틱이 다른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이같은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6월 260억원 규모의 브릿지 라운드 투자유치를 받아 임상 및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기술이전으로 확보한 계약금을 더해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선도 후보물질 'ORM-5029'와 후속 후보물질 'IO-0001' 등의 임상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