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한국 공매도 금지는 바보짓"
한국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나선 것을 두고 외국인 투자자와 주요 외신은 잇따라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이들은 이번 조치로 한국 증시의 신뢰도 하락,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제약 등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사진)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하고 “공매도 금지 조치는 실수”라며 “이런 바보 같은 일(foolish things)을 계속 하기 때문에 한국은 메이저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그는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이 여전히 메이저(금융시장)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로저스 회장은 그동안 한국 시장에 대해 “통일이 된다면 세계 1위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5월엔 싱가포르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만나 한국 금융산업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로저스 회장은 공매도의 긍정적인 역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특정 종목이 너무 많이 오르면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며 “반대로 주가가 너무 내려가면 쇼트커버(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 주가 이하로 내려가는 것도 막아준다”고 했다. 그는 이날 한국 증시가 크게 오른 것에 대해 “파는 사람(공매도 투자자)을 제거했기 때문”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임직원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글로벌 IB 임원은 “헤지펀드는 쇼트(매도), 롱(매수) 포지션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그게 어렵게 됐다”며 “일반적 투자 리스크에 ‘한국 정부 리스크’까지 더해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 증시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외신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이날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서치기업인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 6월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편입하지 않으면서 제한적인 공매도 조치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두바이 자산운용사인 달마캐피털의 게리 두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외신 인터뷰에서 “(공매도 금지는) 한국 금융시장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선진시장 지위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로 초기에 급격한 주가 상승이 있겠지만 공매도 비중이 낮은 수준이어서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