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즐겁게 할 축구 만들며 여기까지 와"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은 첫 우승 지휘의 토대엔 선수들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포항은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 FA컵 결승전에서 4-2로 승리, 통산 5번째이자 10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뿐 아니라 김기동 감독에게도 의미가 큰 우승이다.
2019년부터 포항을 지휘해온 김기동 감독은, 그간 매 시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호평받았다.
그러나 우승은 못 해봤다.
2021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결승까지 올랐으나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 0-2로 져 준우승에 그치기도 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동 감독은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주위에서는 '그거만으로는 안 되고, 우승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하던데, 욕심은 냈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선수들과 좋은 축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동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향한 신뢰를 계속 드러내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특정한 최종 스코어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포항이 마지막으로 FA컵에서 우승했던 2013년 대회에서 준결승에서는 4-2로 이기고 결승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이겼는데, 올해 대회에서는 제주와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로 이긴 만큼, 결승에서 전북에 4-2로 이겨버리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고 한다.
김기동 감독은 "오늘 경기력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응집력을 가지고 한 부분을 칭찬한다"면서 "선수들이 (4-2 승리) 약속을 이렇게 잘 지킬 줄은 몰랐다"며 크게 웃었다.
이어 "우승할 것 같으니까 무조건 나를 믿으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왜냐면 난 선수들을 믿었고, 나를 믿었다.
경기는 담담하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전북과의 K리그1 맞대결(1-1 무승부)에서 발생한 '교체 실수 사건' 때문에 선수단이 뒤숭숭해질 수도 있었다.
전북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포항의 0-3 몰수패를 요청한 상태다.

이어 "해외 사례, 국내 사례가 있으니 잘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은 이번 우승으로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도 거머쥔다.
한국에는 총 3장의 ACLE 출전권이 주어졌는데, FA컵 우승팀에 출전권을 주지 말고 3장 모두를 K리그1 성적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2025-2026시즌 대회부터는 출전권 배분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FA컵은 아마추어와 프로를 총망라하는 권위 있는 대회다.
좀 더 대회를 성장시킬 부분이 있다.
상금을 더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여기서 우승한 팀이 ACLE에 나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