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초 회의서 준법경영 강화 등 논의…내년 임기 만료 경영진 교체로 쇄신 가능성
김범수 창업자 구속 가능성·144개 계열사 조율 등 관건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 전방위 쇄신안 내놓을까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후폭풍에 휩싸인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적 지위 등 문제마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와 홍은택 대표까지 검찰 송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카카오택시의 독점적 지위와 약탈적 가격을 언급하며 카카오모빌리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카카오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 전방위 쇄신안 내놓을까
◇ 준법 경영 시스템·인적 쇄신 방안에 이목
정부와 검찰의 칼끝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향하자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카카오 공동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20여명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하고 한층 강화한 준법 경영·통제 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가 현 상황을 최고 수위의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경영 체계 자체를 일신하기 위한 변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카카오는 우선 각 공동체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해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경영 시스템을 갖춰 나갈 방침이다.

회의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 감시를 위해 향후 외부 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는 방안도 논의에 포함됐다.

카카오는 매주 월요일마다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만간 카카오 택시의 전면적 수수료 체계 개편에도 나서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카카오모빌리티를 질타한데 따른 것으로, 늦어도 이달 중 택시기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아울러 카카오 주요 계열사의 대표 임기가 내년 3∼4월 만료되는 만큼, 조기 인적 쇄신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카카오 사법 리스크의 중심에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진수 대표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류긍선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27일까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회사 창립 이래 첫 이·전직 프로그램을 단행하며 사내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다.

이 대표는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증대된 경영상의 비효율성과 사법 리스크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류 대표의 상황도 비슷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 중개 시장 진출을 앞둔 시점에 중소기업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에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매출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를 받고 있다.

카카오 경영을 총괄 지휘하는 홍은택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말까지고 카카오브레인 김일두 대표·카카오VX 문태식 대표·카카오페이 신원근 대표도 내년 3월 말에, 카카오게임즈 조계현 대표는 4월 말에 임기가 끝난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 전방위 쇄신안 내놓을까
◇ 쇄신안·자구책 이끌 주체에도 관심
카카오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쇄신안·자구책의 내용만큼이나 방안을 실질적으로 이끌 주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김 센터장이 비상 경영 회의를 이끄는 모양새지만,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김 센터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라 언제든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

카카오가 그룹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CA 협의체' 중심의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김 센터장과 홍 대표, 송지호 크러스트 유니버스 대표 3인이 자문하던 성격의 CA협의체를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위기관리),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경영지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사업), 배재현 투자총괄대표(투자) 4인 총괄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그룹 위기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카카오의 현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는 양상이라 CA협의체가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의 계열사가 지난 8월 기준 총 144개에 달해 CA협의체가 이들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카카오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으므로 카카오의 쇄신안·자구책에는 계열사 정리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2018년 65개였던 카카오의 계열사는 이후 전방위 사업 확장에 따라 빠르게 증가했다.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2021년 국감에 불려 간 김 센터장이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서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과적으로 계열사는 외려 늘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계열사들이 본체에서 분리된 형태가 아니라 이종 사업 간의 결합 형태로 이뤄진 그룹"이라며 "느슨하게 엮인 카카오와 계열사 구조상 현재의 그룹 형태를 유지하면서 혁신적인 자구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 전방위 쇄신안 내놓을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