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분석…한국사회 소통수준 '역대 최저'
"고립된 사람, 경제위기 때 분노 표출…정서적 어려움 해소 방안 마련해야"
사회적 고립 취약집단 33% "난 외로워"…10%는 자살 생각도
사회적 고립에 취약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경제·정서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행정연구원이 낸 '데이터 브리프'에 따르면 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는 작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천여명을 대상으로 '사회통합실태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30∼50대 미혼 또는 사별, 이혼 상태이면서 직업이 없거나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임시직 또는 일용직으로 근로 중인 사람을 '고립사회 취약집단'으로 분류(전체 응답자의 3.4%)해 그렇지 않은 일반집단과 비교했다.

취약집단과 일반집단에 지난 1년간 직장을 잃은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그렇다'고 답한 취약집단 비율은 2.2%로, 일반집단의 0.8%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답한 취약집단은 22.7%로, 일반집단(11.9%)에 비해 마찬가지로 2배가량 많았다.

앞으로의 자신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말에 일반 집단은 7.5%만 나빠질 것으로 봤으나, 취약집단은 12.6%가 향후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행정연구원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경험하는 경제적 위기는 좌절과 분노의 감정을 외부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며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개인적인 정서를 묻는 말에도 두 집단은 차이를 보였다.

어제 정서가 어땠는지를 묻는 말에 '걱정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취약집단이 15.1%로, 일반집단(9.3%)보다 5.8%포인트 높았다.

사회적 고립 취약집단 33% "난 외로워"…10%는 자살 생각도
'우울하다'고 답한 비율 역시 취약집단이 일반집단보다 1.8%포인트 높은 7.3%로 조사됐다.

아울러 최약집단의 33.5%는 평소 '외롭다'고 느껴 일반집단(18.7%)에 비해 크게 높았다.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를 묻자 취약집단의 10.0%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일반집단은은 4.6%에 그쳐 두 집단 차이가 컸다.

두 집단은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내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취약집단이 4.8%, 일반집단이 2.4%로 두 배가량 많았다.

전체 응답자에게 우리 사회 집단 간 소통 수준을 물은 결과 4점 만점에 평균 2.53점으로, 2017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응답자 중 '외롭다'고 답한 경우는 19.1%,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라는 답변은 12.5%였다.

연구원은 "취약 집단이 경험하는 좌절과 사회적 고립은 이미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회적 유대와 응집력을 제고하는 정책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