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인 주가 부양에 흔히 사용되는 '2차전지 리튬사업'
의도적인 주가 부양에 흔히 사용되는 '2차전지 리튬사업'
가전제품 소매업 등을 하는 한국테크놀로지. 코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2차전지 분야 리튬사업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10월 말 731원이던 주가는 11월말 1350원으로 약 85% 뛰었다. 하지만 현재 이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다. 계속된 적자,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인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차전지 사업도 '공염불'이 됐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2022년 사이 사업보고서에 2차전지·메타버스·인공지능·로봇·가상화폐·신재생에너지·코로나 등 7개 신사업을 회사 정관에 추가한 233개 회사중 129곳(55%)은 아직까지 추진내역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104개의 회사 중에도 다른 사업부문과 구분해 관리할 정도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는 4곳에 불과했다. 테마주 열풍이 불었던 2021~2022년 7개 분야 신사업 진출선언을 한 회사 233곳 중 129곳은 추진 자체를 안했고, 100곳은 사업추진에도 아직까지 실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신사업 추진자체를 하지 않았던 129곳의 회사 대부분은 재무건전성이 낮고, 내부통제에도 문제가 있는 회사였다. 129곳 중 43%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22% 횡령·배임, 감사 의견 거절 등으로 신사업 진출 선언 이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상태인 경우도 12%나 됐다.

신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2차전지, 인공지능 등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던 셈이다. 상당수의 회사가 실제 실현 여부와는 별개로 주가부양을 위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신사업 발표이후 주가가 뛰자 최대주주와 관련된 인물이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한뒤 매도한 사례들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허위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종목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혐의 적발시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무·경영 안정성, 내부통제 역량 등을 갖췄는지를 따져본 뒤 투자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투자를 했다면 정기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 추진 여부 및 경과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