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추모 기류 검열 나선 듯…'권력 집중' '독재' 등 과격 문구 제거 관측
리커창 추모현장 '파란조끼' 등장 왜?…"조화 부적절 문구 제거"
리커창 전 총리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중국 곳곳에서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국이 추모 기류에 대한 검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1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따르면 리 전 총리를 추모하는 이들로 가득한 안후이성 허페이시 훙싱루(路)80호 '안후이 문화역사 연구원' 앞에 최근 파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리 전 총리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를 애도하는 조화가 집 둘레에 가득 쌓일 정도로 중국 내에서 추모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일부 네티즌은 '파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藍衣人)으로 불리는 이들이 추모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이들을 '제로 코로나' 시기 흰색 방역복을 입고 주민들을 통제하던 방역요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홍콩 명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경찰서나 법 집행 관련 부서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부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추모객이 가져다 놓은 조화 속 카드의 문구를 확인하고, 부적절한 문구라고 여겨지는 카드를 제거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부적절한 문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리커창 추모현장 '파란조끼' 등장 왜?…"조화 부적절 문구 제거"
다만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조화 사진들을 살펴보면 '인민의 총리'라거나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대부분이지만 '양쯔강과 황허는 거꾸로 흐를 수 없다'(長江黃河不會倒流)와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 등 리 전 총리의 생전 발언과 함께 '권력 집중', '독재' 등 과격한 표현으로 정권을 비난하는 문구도 있었다.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리 전 총리 사망과 관련된 검색어가 사라졌고, 관영매체들도 그의 사망을 알리는 당국의 발표 외에 다른 소식은 전하지 않고 있다.

일부 대학이 학생들에게 리 전 총리 사망과 관련해 사적인 모임을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의 장례식 일정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현 최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안팎에서는 리 전 총리 사망 일주일째인 다음 달 3일 '조용한' 장례식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관영매체들은 이와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