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국내 증시에 수천 만 원을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목표주가를 올리는 곳은 드물고, 내리는 곳이 눈에 훨씬 많이 띄기 때문이다. A씨는 "국내 증시에서 돈을 다 빼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상장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서 지난 23~25일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리포트는 모두 270개가 나왔다. 이 가운데 기존보다 눈높이를 낮춘 게 99개였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리포트 수가 상향 조정한 수(22개)보다 훨씬 많다. 나머지는 '변동 없음'이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 대외 악재가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설상가상으로 상장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치도 최근 들어 급격하게 주저앉고 있다. 수요 부진이 생각보다 깊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국내 250개 상장사의 2023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최근 152조9759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에 비해서는 4.1% 주저앉았고, 1개월 전 대비로도 1.6% 하락했다.

이는 대형주와 중소형주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집계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조2145억원으로 3개월 전 대비 21.6% 하락했고 1개월 전 대비로도 5.4% 떨어졌다. LG화학(21.3% 하락 뒤 6.1% 추가 하락), POSCO홀딩스(2.2% 하락 뒤 4.4% 추가 하락), LG에너지솔루션(13.4% 하락 뒤 3.3% 추가 하락) 등도 마찬가지다. 시기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과반수인 6개의 최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개월 전 대비, 1개월 전 대비 연이어 떨어졌다.

중소형주가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만 놓고 보면 대형주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 한달 간 1.0% 하락할 때 중소형주는 8.3% 떨어졌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당초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내년 전망치까지 줄줄이 하향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242개 상장 종목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3개월 전에서 1개월 전으로 오면서 0.6% 올랐다가, 1개월 전부터 최근까지는 2.9% 하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소비자심리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경제심리지수(ESI) 등 경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하는 등 추세적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무역수지도 이달 다시 적자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서비스업 경기 흐름도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