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장'을 거슬러 '내리는'

중국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면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올랐습니다. 하지만 모처럼의 순풍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역행했는데요.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가운데 한국은 잠잠합니다.

중국이 1조 위안, 우리 돈 184조 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찍어낸단 소식에 시장은 환호했습니다. 3월 결정을 고쳐서 적자 재정을 확대하기로 한 건데, 2008년 이후 처음입니다. 어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인민은행을 방문했었죠. 경제와 금융 지원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는 해석입니다

앞서 일본은행은 어제 전체 4천억 엔 규모의 국채를 긴급 매입한 바 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나들며 불안한 모습이 반복되자, 선제 조치에 나선 건데요. 주변국들이 경기 상황과 금리 변동 대응에 분주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온적인 분위기입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 지출에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80층에 사람 있어요!

코스피 하락은 대형 배터리주들의 영향이 큽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최고 10% 급락했기 때문인데요. 외국인들은 LG에너지솔루션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는데 1,300억 원어치에 달합니다.

다음은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순이었는데요. 여파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어닝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100조 원이 무너졌고요. 삼성SDI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원인 중 하나로는 전비자동차노조(UAW) 파업 영향이 지목됩니다. 블룸버그는 "자동차 빅3가 배터리 공장에도 완성차 공장 임금 계약을 적용하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28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죠. 이에 대해 LG엔솔은 오늘 콘퍼런스콜에서 "아직까지 파업은 수익성에 영향이 없다"면서도 "임금 인상폭이 확대되면 도미노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표 믿지?"

연일 이어지는 증시 부진에도 한 달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한 기업이 있습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장비 전문 기업 한미반도체입니다. 사업 자체에 대한 기대감에 더해 대표이사가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이며 책임 경영을 의지를 내비친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습니다.

한미반도체는 오늘 1.54% 상승 마감했는데요. 한 달 전 종가와 비교하면 19.5%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 넘게 빠지고,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역시 하락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앞서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는 지난 9월에만 25만 주가 넘는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 바 있습니다. 12차례에 걸쳐, 전체 140억 원어치를 사들였는데요. 매입 단가를 평균 내면 5만 3천 원 수준입니다. 이에 더해 회사 차원에서도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하기로 했죠. 유진투자증권은 "연초 대비 주가가 약 4 배 상승한 점은 분명한 부담 요인"이라면서도 "HBM 시장 확대의 수혜 강도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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