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분 두 회사, 최근 2년간 번갈아 두 자릿수대 인상
보급형 제품 단종·해외만 출시…박완주 "삼성전자 국감 출석해야"
통신비 부담 주범은 고가 단말기…애플·삼성, 10∼17% 올려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주요 제조사들이 최근 2년간 휴대전화기 가격을 번갈아 큰 폭으로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제조사들은 저가 단말기를 단종하거나 국내에 출시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 통신 물가 부담을 더욱 가중하기도 했다.

24일 연합뉴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출시된 애플과 삼성전자의 신제품 단말기 가격을 분석한 결과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는 올해 각각 전년보다 두 자릿수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먼저 애플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을 전작 대비 15% 안팎 올렸다.

기본형(이하 128GB)이 14.7%, 프로가 14.8%, 프로맥스가 17.5% 각각 인상됐다.

올해 9월 내놓은 아이폰15 시리즈의 경우 가격을 동결했으나, 작년 아이폰14 출시일보다 환율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소폭 인상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고급 기종인 프로맥스의 경우 15시리즈에서 128GB 모델(175만원)을 없애고 256GB(190만원)부터 출시해 사실상 최저가를 8.6% 높였다.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SE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폰 미니가 올해 나오지 않은 것도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좁혔다.

통신비 부담 주범은 고가 단말기…애플·삼성, 10∼17% 올려
팬데믹 여파가 컸던 지난 2021년 단말기 가격을 낮추고 지난해까지 대체로 그 수준을 유지하던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큰 폭의 인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공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시리즈는 256GB 기준으로 작년보다 기본(15.5%), 플러스(12.8%), 울트라(10.2%) 모두 10% 이상 가격이 뛰었다.

8월 출시된 갤럭시 Z플립과 Z폴드 신종 모델은 작년보다 3.4%, 5.0% 각각 인상됐고, LTE 기반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2 시리즈도 같은 기간 5.9% 비싸졌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중저가 모델을 줄임으로써 실질적인 소비자 부담을 늘린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2020년까지만 해도 갤럭시 S시리즈 기본형으로 128GB 제품도 국내에 출시했으나, 2021년부터는 해외에서만 128GB 제품을 팔고 국내에는 256GB 이상만 내놓고 있다.

갤럭시 A7 5G 모델은 2020년을 끝으로 이후 2년간 국내에서는 출시하지 않다가 올해는 아예 단종했고, 그 밖에도 인도·동남아·유럽·중남미 등 국외 시장에서만 판매하는 A시리즈 중저가 기종이 적지 않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 2년간 번갈아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분석 결과는 올해 1∼3분기(1∼9월) 통신 물가가 33년 만에 최대폭(1.0%) 상승했다는 최근 통계와 궤를 같이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휴대전화기 물가가 3.5% 급등해 지난해 같은 기간(2.3%)보다 오름폭을 더 키웠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추세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은 2021년 이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과점 체제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가격 인상의 고삐가 풀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간 요금제와 온라인요금제, 청년요금제 도입 등 통신 요금을 낮추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를 상대로 중저가 휴대전화 출시를 독려하고 나섰다.

10년 만에 거의 2배 오른 스마트폰 기깃값이 통신 물가 상승의 근본적인 이유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완주(무소속) 의원은 최근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가 국내에는 중저가 단말기를 2종만 출시했지만, 해외에서는는 37종의 저가 단말기를 출시했다"며 가계통신비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에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자발적 출석할 것을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정치권의 압박 속에 삼성전자는 2021년 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보급형 모델 갤럭시 S 팬에디션(FE)을 연말께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작인 갤럭시 S23 FE는 지난 5일 599달러(약 81만원)에 국외 출시된 바 있다.

통신비 부담 주범은 고가 단말기…애플·삼성, 10∼17% 올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