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날 때 까지 '벅벅' 공포…생애 첫 유럽여행 망설인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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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빈대 폭증'에 국내 여행객 우려 커져
국내 대학 기숙사서도 출몰…"영국인 머물러"
여행 시 호스텔 지양해야…"고온건조 분리세탁"
국내 대학 기숙사서도 출몰…"영국인 머물러"
여행 시 호스텔 지양해야…"고온건조 분리세탁"
오는 11월 생애 첫 유럽 여행을 앞둔 직장인 이모 씨(25)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까지 잇따라 발견돼 골칫거리로 떠오른 '빈대'가 유럽 일대에서 폭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서다. 여행에 앞서 숙소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거나, 수소문 끝에 빈대 살충제를 알아봤음에도 이씨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었다는 이씨는 "파리에 특히 빈대가 심하다는데, 요즘에는 대중교통에서도 빈대가 많이 나온다 해서 지하철 타는 것조차 무서워졌다"며 "대중교통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니 이동할 때도 불편함이 클 것 같아서 첫 유럽 여행임에도 반 포기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 건 이씨뿐만이 아니다. 각종 유럽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지 한인에게 빈대 출몰 상황에 관해 묻는가 하면, "결국 고민 끝에 유럽 일정을 취소했다", "소매치기보다 빈대가 더 걱정된다", "빈대 소식에 여행도 편하게 못 가겠다" 등의 게시물이나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4박15일간 영국과 프랑스 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한 시민도 "유럽에 가서 베드버그 물릴까 봐 너무 두렵다"면서도 "무엇보다 빈대를 (한국에 있는) 집까지 가져올까 봐 너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가 공공시설 등에서의 '빈대' 폭증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유럽 여행을 앞둔 국내 여행객들 사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유럽 여행 시 "호스텔 등 비위생적 숙소에선 빈대를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은 적지 않게 나온 바 있으나, 최근 국내 사우나와 기숙사, 고시원 등 다수가 밀집한 시설에서 빈대가 잇따라 출몰해 불안감이 더 커진 분위기다.
세계 공통종인 빈대는 먹이를 먹기 전의 몸길이는 6.5∼9mm이며, 몸 빛깔은 대개 갈색이다. 주로 실내에 서식하는 빈대는 야간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피를 빨아먹고,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으나 몸에 많은 개체가 발생하면 수면 부족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1960~1970년대 빈대를 박멸하기 위해 DDT 살충제를 살포하는 등 대대적인 작업을 벌인 끝에 현재에는 빈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빈대가 다시 발견되면서 해외에서 유입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께 대구 계명대의 신축 기숙사에서는 영국 학생이 머물던 방 침대 매트리스에서 빈대가 나와 다른 학생이 물리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 학생은 "간지러움, 두드러기, 고열로 대학병원 염증 수치가 400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호소했고, 이후 대학 측은 긴급 방역에 나섰다. 이외에도 23일 경기 부천 365콜센터에는 "고시원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내용의 민원 전화가 접수돼 시가 조치에 나섰으며, 앞서 지난 13일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도 살아 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돼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프랑스의 경우 적지 않은 학교에서 빈대로 인한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17개 학교에서 빈대가 발견됐으며, 이 중 7곳이 방역을 위해 휴교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 의회에선 해충 방역·소독 업체가 비용을 과도하게 올리는 걸 막는 방안, 빈대 소독을 주택 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해충 방제 업체인 렌토킬이 지난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국에서의 빈대 감염률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들어 일부 여행객 유럽서 빈대 물려온 후기를 여행객들에게 경고한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 1일 2주간의 유럽 방문으로 빈대에 물린 경험을 공유한 여행객은 "처음엔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제때 약국에 가지 않고 방치해 결국 피가 터질 때까지 '벅벅' 긁었다"며 "긁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진짜 안 긁을 수가 없게 너무 가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두 번째 물렸을 때도 처음엔 모기인 줄 알았는데, 빈대였다"며 "이땐 발에 물집까지 생겼고, 귀국 후엔 몸이 조금만 간지러워도 엄청 신경 쓰인다"라고도 했다.
의료계선 불가피하게 유럽을 방문해야 하거나 여행이 필요하다면 다수 이용하는 숙박시설과 공공시설을 특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 등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예약해 청결 및 위생도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호스텔도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반응이다.
백진옥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숙소에서 취침 시 갑자기 가렵고, 벌레에 물린 듯한 자국이 생겨난다면 당장 방을 바꾸고 숙소를 옮기거나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침대 매트릭스나 시트, 나무 몰딩 같은 것을 주의해야 한다"며 "여행 도중 빈대에 물렸다면 귀국 후 옷이나 침낭 등을 고온건조로 분리 세탁하고, 아예 버리거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었다는 이씨는 "파리에 특히 빈대가 심하다는데, 요즘에는 대중교통에서도 빈대가 많이 나온다 해서 지하철 타는 것조차 무서워졌다"며 "대중교통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니 이동할 때도 불편함이 클 것 같아서 첫 유럽 여행임에도 반 포기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 건 이씨뿐만이 아니다. 각종 유럽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지 한인에게 빈대 출몰 상황에 관해 묻는가 하면, "결국 고민 끝에 유럽 일정을 취소했다", "소매치기보다 빈대가 더 걱정된다", "빈대 소식에 여행도 편하게 못 가겠다" 등의 게시물이나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4박15일간 영국과 프랑스 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한 시민도 "유럽에 가서 베드버그 물릴까 봐 너무 두렵다"면서도 "무엇보다 빈대를 (한국에 있는) 집까지 가져올까 봐 너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가 공공시설 등에서의 '빈대' 폭증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유럽 여행을 앞둔 국내 여행객들 사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유럽 여행 시 "호스텔 등 비위생적 숙소에선 빈대를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은 적지 않게 나온 바 있으나, 최근 국내 사우나와 기숙사, 고시원 등 다수가 밀집한 시설에서 빈대가 잇따라 출몰해 불안감이 더 커진 분위기다.
세계 공통종인 빈대는 먹이를 먹기 전의 몸길이는 6.5∼9mm이며, 몸 빛깔은 대개 갈색이다. 주로 실내에 서식하는 빈대는 야간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피를 빨아먹고,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으나 몸에 많은 개체가 발생하면 수면 부족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1960~1970년대 빈대를 박멸하기 위해 DDT 살충제를 살포하는 등 대대적인 작업을 벌인 끝에 현재에는 빈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빈대가 다시 발견되면서 해외에서 유입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께 대구 계명대의 신축 기숙사에서는 영국 학생이 머물던 방 침대 매트리스에서 빈대가 나와 다른 학생이 물리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 학생은 "간지러움, 두드러기, 고열로 대학병원 염증 수치가 400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호소했고, 이후 대학 측은 긴급 방역에 나섰다. 이외에도 23일 경기 부천 365콜센터에는 "고시원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내용의 민원 전화가 접수돼 시가 조치에 나섰으며, 앞서 지난 13일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도 살아 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돼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프랑스의 경우 적지 않은 학교에서 빈대로 인한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17개 학교에서 빈대가 발견됐으며, 이 중 7곳이 방역을 위해 휴교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 의회에선 해충 방역·소독 업체가 비용을 과도하게 올리는 걸 막는 방안, 빈대 소독을 주택 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해충 방제 업체인 렌토킬이 지난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국에서의 빈대 감염률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들어 일부 여행객 유럽서 빈대 물려온 후기를 여행객들에게 경고한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 1일 2주간의 유럽 방문으로 빈대에 물린 경험을 공유한 여행객은 "처음엔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제때 약국에 가지 않고 방치해 결국 피가 터질 때까지 '벅벅' 긁었다"며 "긁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진짜 안 긁을 수가 없게 너무 가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두 번째 물렸을 때도 처음엔 모기인 줄 알았는데, 빈대였다"며 "이땐 발에 물집까지 생겼고, 귀국 후엔 몸이 조금만 간지러워도 엄청 신경 쓰인다"라고도 했다.
의료계선 불가피하게 유럽을 방문해야 하거나 여행이 필요하다면 다수 이용하는 숙박시설과 공공시설을 특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 등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예약해 청결 및 위생도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호스텔도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반응이다.
백진옥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숙소에서 취침 시 갑자기 가렵고, 벌레에 물린 듯한 자국이 생겨난다면 당장 방을 바꾸고 숙소를 옮기거나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침대 매트릭스나 시트, 나무 몰딩 같은 것을 주의해야 한다"며 "여행 도중 빈대에 물렸다면 귀국 후 옷이나 침낭 등을 고온건조로 분리 세탁하고, 아예 버리거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